최근 연세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이 자유전공학부 폐지 결정을 내린 데에 이어 중앙대학교에서도 전공 선택 비율이 저조한 인문사회계열 학과 중 일부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폐지 대상이 되는 학과는 아시아문화학부 비교민속학전공, 사회복지학부 아동복지‧청소년‧가족복지전공으로, 대상 학과의 학생들은 성명서와 인터넷 SNS를 통해 폐지 반대를 호소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해당 학과를 폐지하는 이유로 예산 문제와 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적다는 것을 꼽고 있다.

대학이 학과를 한두 개씩 폐지할 때마다 이처럼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예산 부족을 근거로 과의 편성을 ‘구조조정’하기 때문이다. 과거 대학 내에서 학과가 지나치게 많아 혼란을 빚는다거나 과의 가치가 중복될 때 통합 및 폐지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학문적 가치보다 돈을 중심으로 과의 존폐를 결정하는 일이 늘고 있다.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명목 하에 학과를 다양하게 신설한다. 그러나 이처럼 과를 폐지할 때에는 해당 학과를 신설했던 처음의 목적 및 그 가치를 무시해 버리고 오로지 자본의 관점을 잣대로 들이민다. 이렇게 대학 내에서 가치가 전복된 현상은 비단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혹자는 대학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예산은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과를 폐지하는 등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대학은 ‘경영’돼야만 하는 것일까. 자본주의 시대에서 모든 것은 돈으로 움직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살아간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으로 봤을 때 대학 또한 인풋과 아웃풋의 논리로 굴러가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가치가 아닌 자본으로 사회를, 그리고 대학을 볼 때에 더 이상 대학은 우리가 알고 있던 학문의 장으로 남아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차후에는 돈이 되는 학과와 돈이 되지 않는 학과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학문의 비전과 가치를 꼼꼼히 따져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한 조정이 아닌 경영의 논리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대학은 현재 교육하고 있는가 아니면 경영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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