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양학습만화 『먼나라 이웃나라-우리나라 편』이 대만, 일본, 중국으로 수출됐다. K-POP과 한국의 영화․드라마가 ‘세계인의 문화’로 자리매김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한국을 대표해 국외로 전파된 한류문화가 있다. 바로 올해로 16주년을 맞은 뮤지컬 ‘난타’다.

난타는 한국의 전통 사물놀이 가락을 서양 공연양식에 접목하여 드라마화한 국내 최초의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다. ‘넌버벌 퍼포먼스’란 1990년대에 등장한 새로운 예술 장르로, 대사 없이 리듬과 비트,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이 극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장르적 특성 때문인지, 난타에는 대사만으론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공연 초반, 어둠 속에서 흰색 한복을 입은 주인공 네 명이 촛불을 하나씩 들고 등장한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전통 악기를 연주한다. 선율에 심취해 있는 그들 뒤로는 훈민정음이 그려진 한옥 문짝 네 벌이 세워져 있다.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대형 드럼통에 김치, 된장, 고추장이라고 쓰여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한국적인 것을 담아 세계에 알리고자 한 연출의도라고 볼 수 있다. 무대장치 외에도, 세 요리사가 성공적인 요리를 기원하며 무대 왼쪽에 있는 천하대장군에게 절을 하는 의식에서 무속신앙 풍습을 엿볼 수 있다.

색과 채소로 배우들의 개성과 성격이 묘사되는 것도 대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난타의 비책 중 하나다. 공연에는 터프한 외모를 지닌 근육질 요리사 ‘섹시가이’와 매력적인 홍일점 ‘핫소스’, 매니저에게 꼼짝 못하는 주방장 ‘헤드쉐프’, 매니저의 조카이자 신참 요리사 ‘네퓨’가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오이, 당근, 양파, 양배추를 이용해 난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공연 내내, 네 요리사는 각각 파란색,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선다. 이는 완성될 요리의 색감과 교묘하게 연결돼 ‘보는 맛’을 더한다.

비언어극이라는 장르적 특성 외에도, 난타는 관객이 무대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공연으로 유명하다. 공연이 시작될 무렵, 대형스크린에 조명이 켜지며 자막이 하나씩 지나간다. 세계 각국에서 온 관객을 고려한 여러 언어의 인사는 물론, 네 요리사가 전통혼례의 피로연 음식을 한다는 상황 소개와 관객의 호응 유도까지. 관객은 자막만 보고도 유쾌한 무대 분위기를 짐작하고 시작 전부터 공연을 궁금해 한다. 요리사들은 1시간 이내에 결혼식 피로연 음식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임무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엿보이는 풋내기 요리사 ‘네퓨’의 실수 연발과, 매니저·요리사들 사이의 미묘한 권력관계는 현실의 모습과 맞닿아있어 친숙하다. 요리사들이 채소 이름으로 부르는 아카펠라나, 주방도구가 만들어내는 흥겨운 장단을 접한 관객은 전통가락과 현대예술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에 반하게 된다.

결혼식 피로연 상황에서, 관객은 하객으로 변신한다. 요리사의 부름으로 무대에 올라가 만두 쌓기 게임을 하기도 하며, 사모관대와 족두리를 쓰고 전통 혼례의 신랑, 신부가 되기도 한다. 이를 관람하는 다른 관객은 포복절도하며 웃고 박자를 치며 무대에 흠뻑 빠져든다. 난타가 관객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공연인 이유다.

난타는 가장 한국적인 공연이다. 지난 16년간 난타를 관람한 고객의 약 80%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은 좀 의외다. 그러나 난타를 본 사람이라면 한국적인 미와 감각적인 색감, 악기들의 울림 그리고 관객의 흥겨운 발장단이 난타의 세계화에 큰 몫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만국 공용어’ 음식과 음악 그리고 이를 즐길 줄 아는 관객이 있기에 난타는 오늘도 세계인의 마음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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