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라는 단어는 앞으로 이십 대를 보낼 이, 현재 보내고 있는 이, 이미 보낸 이들에 의해 각각 다르게 의미가 부여된다. 보낼 이들에게는 학교를 벗어나 처음 맞이하게 될 자유로운 세상, 보낸 이들에게는 지금은 가질 수 없는 싱싱한 ‘젊음’이 있었던 때이다. 그러나 정작 그 시간을 걷고 있는 현재의 이십 대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거대한 현실 속에서 확인하는 작은 자신의 존재와 불확실한 미래를 대부분이 이십 대에 처음으로 생생하게 마주하기 때문이다.
  연극 <옥탑방 고양이>에도 그런 이십 대를 살고 있는 두 남녀가 등장한다. 드라마 작가라는 부푼 꿈을 안고 상경한 경상도 아가씨 정은은 비록 옥탑방이지만 서울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런데 그녀의 소박한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니, 바로 또 다른 입주자 경민의 등장 때문. 이사를 끝낸 정은 앞에 경민이 나타나 계약서를 들이대며 자신이 옥탑방의 주인이라고 주장하고 이에 맞선 정은 또한 자신의 계약서를 보여준다. 둘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처지로 옥탑방 사수를 위해 분투한다. 사실 문제는 두 사람 중 한 명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의도치 않게 이중계약을 하고 훌쩍 유럽여행을 떠난 집주인 부부에게 있다. 그러나 집주인 부부는 이미 머나먼 유럽에 있으니, 경민과 정은은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한 지붕 아래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풋풋한 20대의 꿈을 그린 연극 <옥탑방 고양이>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몇 년 전 드라마로도 방영되어 인기를 얻은 <옥타방 고양이>는 소설, 드라마, 무대 연극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특유의 밝고 경쾌한 이십 대의 풋풋한 사랑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서로 으르렁거리며 밥 먹듯 싸우지만 점차 상대방이 없으면 신경 쓰이고 자신이 아닌 이성과 있으면 왠지 모르게 화가 나는 전형적인 사랑의 절차를 밟아가면서.
 특히 연극에서는 그들의 사랑뿐만 아니라 여자 주인공 정은을 통해, 그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사실적이지만 무겁지 않으면서 코믹하게 풀어낸다. 그녀의 서울살이는 평탄치 못하다. 밤새 정성스럽게 쓴 원고는 작가 지망생들이 모여 작품을 비평하는 합평에서 매일같이 잘근잘근 씹히고 집에서는 까칠한 경민과 사사건건 부딪히며 얼굴 붉히기 일쑤다. 또 고향에 계신 부모님으로부터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고향에서 평범하게 직장에 다니면서 결혼하라는 재촉에 시달린다. 이처럼 어느 하나 쉬운 것 없는 고달픈 서울살이지만 정은은 씩씩하게 꿈과 사랑을 키워 나간다.
 경상도 아가씨 특유의 억양으로 입에 착착 감기는 비속어를 쓰기도, 사투리를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어색한 서울말을 구사하기도 하는 그녀의 모습은 과장된 면도 있지만 관객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다. 여주인공 정은뿐만 아니라 멋지고 까칠한 나쁜 남자 경민과 옥탑방의 또 다른 동거자(?)인 한 쌍의 고양이가 만들어내는 웃음과 재미 또한 작지 않다.
 연극 속 정은은 사실 기자를 비롯한 현재의 이십 대들의 자화상일 것이다. 가진 것 없고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이십 대 말이다. 연극 <옥탑방 고양이> 속 정은이 맞은 해피엔딩처럼 현실을 살아가는 수많은 정은과 경민에게도 해피엔딩이 찾아왔으면 한다. 진정으로!
<곽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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