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의 '그여자'

벽화는 도시의 이미지를 바꾼다. 동네 골목길에 잘 그려진 한 폭의 그림은 주민의 거주 환경과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된다. 그런가 하면 낙후된 동네는 벽화 덕분에 활기를 띠기도 한다. 울산 남구의 ‘신화마을’과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은 벽화 그리기 사업으로 달동네에서 관광지로 거듭났다. 최근 이렇듯 벽화를 활용해 도시를 재정비하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학생의 관심과 참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50여 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사람, 사랑봉사단’은 지난 14일부터 경북 영덕군의 어촌마을 대부리를 벽화 마을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담장 벽화 그리기’ 사업은 삼성생명의 후원으로 성사됐다. 이를 통해 1km에 걸친 대부리 마을 담장은 어촌마을만의 특색 있는 그림이 그려진 예술품으로 변신하게 될 예정이다. 또, 금호건설의 대학생 홍보대사 ‘파블로’는 ‘아름다운 벽화 만들기 프로젝트’로 신사동 산새마을에 벽화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2009년 홍제동 개미마을, 2011년 시흥동 금천초등학교, 2012년 이태원 벽화거리에 이은 4번째 프로젝트다.

대기업과 연계한 프로젝트 외에, 대학생의 재능 기부로 벽화 마을이 형성된 사례도 있다. 작년 10월, 종로구 창신동 일대의 ‘동대문 쪽방촌’ 담벼락은 70-80년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39점의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홍익대학교 조형대학 대학생, 서울시청 직원, 자원봉사자 등 300여 명이 2개월간 공동 작업으로 이뤄낸 성과다. 공장에서 나오는 소음과 먼지를 막기 위해 설치한 방음벽이 골칫거리였던 충북 괴산군 청안면 부흥리도 지난 7월, 대학생의 도움을 받아 벽화마을로 변신했다. 벽화 디자인은 충북대 회화과 학생들이, 벽화 그리기 작업은 강동대․청주대 건축과, 충북대 회화과 학생들이 맡아 작업했다.

이제 벽화는 예술작품 뿐 아니라 생활공간 한 켠을 차지하는 공공시설물의 성격도 띠게 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이 공공시설물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변화다. 쓰러져 가는 회색 벽이 작품으로 변하는 동안, 대학생 역시 도시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변화를 겪는다. 이렇게 대학생을 세상과 소통케 한다는 점에서 벽화의 존재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붓칠 몇 번으로 세상을 바꾸는 마법을 경험하고 싶다면 한번쯤은 벽화 그리기에 참여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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