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문화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MBC 병영체험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이 세 가지는 한때 여자가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로 손꼽혔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남녀노소 모두 ‘군대 이야기’에 푹 빠졌다. MBC에서 방영 중인 병영체험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때문이다. 남자의 좋은 술안주였던 군대 이야기가 어느새 우리의 생활 곳곳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군대 마케팅 각광

그 대표적인 예가 군대 먹거리다. 군대 먹거리는 남자에게는 향수를, 여자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진짜 사나이>에 나온 양념 ‘맛다시’는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맛다시 외에도 군대매점인 PX에서 판매하는 냉동식품이나 전투식량 등을 전용으로 파는 인터넷 쇼핑몰도 등장했다. 또한 군대식 조리법도 새삼 주목받고 있는데, ‘뽀글이’가 그 중심에 있다. 뽀글이란 봉지라면을 마치 컵라면처럼 라면 봉지에 직접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것을 말한다. 뽀글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한 인터넷 쇼핑몰은 통조림 햄과 봉지라면이 세트로 구성된 ‘스팸 뽀글이 세트’를 출시했다. 이처럼 군대문화 열풍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패션업계에서도 군대문화가 유행을 타고 있다. 국방색 얼룩무늬를 가리키는 카모플라주 패턴을 이용한 패션 아이템이 인기다. 예전에는 촌스럽거나 투박하게 느껴졌던 군복무늬가 최근에는 운동화나 가방, 핸드폰케이스 등에 접목되며 젊고 활동적인 느낌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웃도어브랜드 역시 군용 야전침대와 비슷한 레저 침대나, 카모플라주 패턴이 가미된 등산복 등을 판매하고 있다.

획일적인 군대문화에 대한 우려도…

사실 <진짜 사나이>가 몰고 온 군대문화 열풍이 그리 신선한 것만은 아니다. 이전에도 케이블방송 tvN의 드라마 <푸른거탑>이나 MBC 예능 <무한도전>의 ‘특전사 혹한기 훈련 특집’ 등 군대문화를 활용한 프로그램은 많았다. 그만큼 군대는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재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자 대부분이 군대를 다녀왔거나 가야 하기 때문이다. 여자 역시도 군대에 대한 추억이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가족이나 애인, 친구를 군대에 보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진짜 사나이>가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혹자는 ‘초식남’과 같은 연약한 남성상이 대두되자,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강인한 남성상을 대표하는 군대가 떠올랐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간 우리 사회에는 꽃미남, 여자보다 예쁜 남자가 많아졌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관습적인 남자다움, 즉 강하고 거친 남자에 대한 욕구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군대는 강한 남자를 대표하는 일종의 상징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강인함을 강조하는 군대문화가 사회전반에 자리 잡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모든 사람이 체력적․정신적으로 굳셀 수만은 없는데, 군대의 특성상 열외는 없기 때문이다. 신체적 조건이나 체력을 배려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병영체험 캠프의 유행이 그 논란의 한가운데 있다. 이러한 군대식 극기체험에서는 개인마다 사정이 다른데도 연대책임을 강조해 자연스럽게 군대의 ‘기수열외’ 같은 왕따가 생기기도 한다. 또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하는 강압적인 분위기도 문제다. 지난달 18일 충남 태안군에서 벌어진 ‘해병대 캠프 실종사고’ 역시 이런 문화가 왜곡돼 발생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군대식 극기체험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군대 훈련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동료와 단결력을 다질 수 있다. 

이처럼 군대문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이 만든 강제성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군대문화는 향수와 호기심을 자극해 우리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군대문화가 각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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