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는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가 하면 때로는 우리에게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벽화 그리기에 참여하는 사람과 그 마을의 주민, 그리고 작품을 보러 찾아오는 관광객까지 벽 하나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소통’이라는 성격이 잘 드러나는 벽화거리 중 최근 실험정신이 강한 그림체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홍익대학교(이하 홍대) 앞 거리다. 이곳은 참신함과 익살스러움이 잘 묻어난다. 홍대 정문 옆 골목부터 시작해 길바닥, 매장, 외벽, 전봇대, 심지어 전기계량기까지 모든 물건을 캔버스처럼 활용했다. 또한, 페인트만으로 표현한 다른 벽화와는 달리 벽에 사진을 붙이는 등 표현방법에서 차별성을 띠고 있다. 처음에 한두 명이 참여했던 벽화거리는 점차 그 참가자 수가 늘어나 올해 제작된 ‘홍대 앞 관광코스 리플릿’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명해졌다.
 
 
매년 가을에는 홍대 미술대학이 주최하는 ‘홍대 앞 거리 미술전’이 열리기도 한다. 길 한가운데 작품을 걸어놓은 벽을 설치해 벽화가 길 한 가운데 형성된 느낌을 준다. 이 미술전에는 벽화작업의 역사와 변천사를 재조명하고 그림을 보수하거나 확장하는 식으로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행사도 포함돼 있다. 게다가 한쪽에 벽화지도도 마련돼 있어 홍대 거리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작품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이곳의 그림 대부분은 홍대에 재학 중인 미대생들의 주도하에 그려졌다. 그래서인지 독특한 그림체와 소재, 기법 등을 활용한 그림이 많다. 특히 대상을 희화화하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등 학생들의 생각을 표현한 그림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 주변을 소통의 통로로 여겼다는 점이 홍대 벽화거리만의 색깔이 아닐까.
 
 
홍대 거리의 벽화는 누구나 자유롭게 덧그릴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바뀐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생각을 끊임없이 투영하므로 같은 자리에서 본 ‘어제의 벽화’와 ‘오늘의 벽화’는 다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벽화를 그리는 사람과 감상하는 사람은 벽 하나를 매개로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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