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배우 이병헌과 이민정의 결혼식이 있었다. 언론에서는 1년 전 열애 공개부터 프러포즈와 결혼식 준비, 예물, 하객, 신혼여행, 신혼집에 이르기까지 그 진행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혹자는 이 결혼을 ‘세기의 결혼식’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결혼식 비용 기준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싶다.
가수 이효리는 공식적인 결혼식을 생략하고 가족끼리의 상견례로 대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반면, 역시 결혼을 앞둔 방송인 안선영은 방송에서 남편의 연봉이 적어도 자신보다 100만 원 이상 많아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 이 때문인지 또는 이효리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안선영은 애초 결혼식 장소였던 특급호텔 예약을 취소하고 결혼식 자체를 다시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연예인 결혼식, 한국의 결혼문화 바꾸다
 연예인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한국사회에서 결혼식이나 결혼문화는 매우 예민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안선영의 발언에 대해 많은 사람이 비난을 퍼부었지만 실상 한국인이 가진 결혼의 욕망은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더 이상 사랑하는 두 사람의 행복한 결합이 아니다. 오히려 두 사람의 결혼 과정은 계층적,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모순과 갈등이 오롯이 드러나는 핵심적인 장치라 할 수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스타의 결혼식이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보도 되면서 일반 대중의 결혼식에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다. 이에 점차 결혼식이 보여주기 경쟁을 하는 외형적 허세의 절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결혼식 장소는 당사자들의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 수준을 드러내는 장치가 되면서 호텔 결혼식은 일상이 됐고, 혼수와 예물은 자존심의 상징으로써 경쟁적으로 값비싼 것을 고집하고 있다.
 최근 <에스콰이어>라는 잡지에 ‘대한민국 결혼문화 3대 거악’이라는 내용이 실렸는데, 첫째는 집값, 둘째는 네이버 ‘레몬테라스’ 카페, 셋째는 예비신부의 친구라고 한다. 집값이야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평균 결혼비용은 2억 원이고 남성이 1억 5천만 원을 부담하는데, 그중 집값이 1억 1천4백만 원에 이른다. 이 정도면 아무나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레몬테라스 카페는 집안 인테리어, 리폼, 요리 등 주로 결혼 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공유하는 공간으로서 2백만 명이 넘는 회원 수를 자랑한다. 예비신부는 이곳에서 주로 결혼 선배의 조언을 듣지만, 그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비교 대상이 되다 보니 어느 순간 최상위 기준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판단하게 된다. 세 번째 악으로 규정된 예비신부의 친구는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결혼에 대한 환상이 크고 허세로 가득 차 있다’는 전제가 있다. 여성들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이러한 친구가 왜 악이 될 수 있는지 눈치챘을 것이다.

나의 기준은 어디에?
 잡지 에디터의 발랄한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보면 오히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도대체 우리는 누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이 시대 많은 멘토가 자신만의 삶을 살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 말도 허공의 바람처럼 지나가고 만다.
 이때 필요한 것은 내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의 일상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을 먹고 마시며 입을 것인지, 어떤 자동차를 타며 어떤 집에서 살 것인지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나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없이 막연하게 다른 사람들이 사는 대로 혹은 그들만큼 살겠다는 생각은, 자신의 삶을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내 친구들이나 옆집과 비교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수십억, 수백억대 자산의 연예인이나 재벌과 경쟁한다. 우리는 절대로 그들처럼 살 수 없다. 그럼에도 결혼하는 순간이 되면 많은 사람이 그들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그들처럼 해야 한다고 최면을 걸고 있다. 21세기 한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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