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이하 <스플래시>)를 둘러싸고 폐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영국 ITV에서 처음 기획한 것으로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제작된 바 있지만, 항상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고 한다. 다이빙은 선수들이라 할지라도 매우 위험한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종목이다. 그렇다 보니 연예인 출연자들은 녹화 몇 주 전부터 다이빙 훈련을 따로 받고 있지만, 훈련 과정과 녹화 도중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훈, 클라라, 아이비, 샘 해밍턴 등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고, 급기야 개그맨 이봉원 씨가 얼굴을 크게 다쳐 수술까지 받게 되면서 녹화 중단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사에서 이처럼 위험한 프로그램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최근 방송 프로그램의 흐름과 유행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무한도전>을 필두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했는데, 대표적으로 <1박 2일>과 <패밀리가 떴다> 등을 말할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의 특징은 스튜디오 녹화가 아니라 직접 농촌이나 야외 현장을 찾아가서 출연자들의 다양한 신체적 활동을 담아낸다는 점이다. 물론 그 배경에서는 ‘금융자본주의’ 혹은 ‘정글자본주의’라는 현실 상황도 작동하고 있다. 그 뒤에 <런닝맨>이나 <정글의 법칙> 등이 인기를 끈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중은 순화된 방식의 리얼리티를 넘어 훨씬 강력한 ‘생존 게임’을 원한 것이다. 특히 <정글의 법칙>은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진실이 사람들에게 예능의 차원을 넘어 실제적으로 다가간 것인지도 모른다. 거대한 자본주의의 톱니바퀴에서 언제 튕겨 나갈지 모르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흥행을 위한 신체 혹사
 이제 <정글의 법칙> 이후의 단계는 생존과 예능의 적절한 결합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사용되는 것은 인간의 신체다. 가장 성공적인 프로그램은 <진짜 사나이>(MBC)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가장 큰 성공의 요인은 ‘리얼리티’의 문제다. 그중에서도 군대 사회에서의 훈련 과정을 통해 신체가 어떻게 이용되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댄싱’ 관련 프로그램이나 <우리동네 예체능>, 그리고 <스플래시>와 같은 신체의 사용을 강하게 표방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때 나타나는 것은 특정한 방식의 신체의 소비다. 사회적으로 신체가 미용과 성형, 헬스 등의 영역에서 사용되는데, TV에서는 신체의 사용을 새로운 소비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생산 주체가 아닌 소비의 대상
 러시아의 작가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바보 이반>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바보 이반의 벙어리 동생 말라냐는 사람들의 손만 보고도 게으름뱅이를 가려냈다. 그래서 손에 굳은살이 박인 사람은 바로 식탁에 앉히지만, 굳은살이 박여있지 않은 사람은 먹고 남은 음식을 주었다”
굳은살은 노동의 결과이다. 전통 사회에서 노동은 곧 신체의 사용을 의미했다. 하지만 기술과 자본의 진화는 육체노동의 종말을 선언했다. 육체노동은 비정규직과 저임금의 표상이다. 바야흐로 지식노동의 시대다. 이제 인간의 신체는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의 대상이다. 신체의 사용은 실제의 삶이 아니라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보여줄 따름이다. 대중들은 신체를 고정시킨 채 바라볼 뿐이다. 이 시대에 자신의 손과 발, 그리고 다른 기관들을 사용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가장 급진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 ‘악마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말은 곧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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