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인시장은 2013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뽑힌 26개의 시장 중 하나다. 익살스러운 그림이 그려진 가게셔터와 개성 있는 간판에서 여느 시장과 다른 이곳만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과거 대인시장은 광주역, 공용터미널, 고속버스 터미널이 밀집해있던 교통 요충지로서, 광주를 드나드는 사람에게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도시계획으로 역과 터미널이 이전하면서, 점점 활기를 잃어갔다. 쇠퇴하던 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비엔날레 복덕방 프로젝트’의 하나로 예술가들이 시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지역 작가들은 복덕방 중개인을 자처하고 시장의 빈 점포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대인시장에는 블루마블의 형식을 차용한 투어프로그램, ‘앗! 뜨(Art) 마블’이 있다. 대인시장과 예술의 거리를 잇는 동선에 맞춰 30곳의 명소를 둘러보는 여정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인 투어와 달리 방문자는 작가와 함께 직접 예술품을 만들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시장 내 ‘한 평 갤러리’가 있어 작가의 작업실과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이 투어 프로그램의 묘미는 벽화와 함께 하는 미션에 있다. 벽화 앞에서 주어진 포즈로 사진을 찍는 형식이다.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 가게 셔터를 들어 올리고 있는 장미란 선수, 공을 던지는 기아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의 선수 시절 모습 등 매우 다양하다.


 미션을 위한 벽화 외에도, 시장 벽 곳곳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눈을 쉴 틈 없게 한다. 조그만 창을 따라 그려진 색색의 꽃은 삭막하던 벽을 한층 생기 있게 만든다. 길게 뱀이 그려진 계단에서는 작가의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녹슨 철문에 나무패를 붙여 그 위에 시민들이 맘껏 낙서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새롭다. 갤러리에만 있던 그림이 시장 벽으로 옮겨진 것은 예술이 일상의 한 부분으로 녹아들었음을 의미한다. 예술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체험이 되고, 단순히 판매만 이뤄지던 시장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랜드마크가 된 것이다. 사람이 찾지 않아 쇠퇴하던 대인시장은 벽화로 인해 ‘맛’과 ‘멋’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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