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받는 이들을 위해 꿈을 그리는 ‘두손 컴퍼니’ 대표 박찬재(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06학번) 씨를 만났다. 대학생 신분인 그는 우연히 노숙인의 삶을 엿보게 됐고 이를 계기로 옷걸이 사업을 시작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철제옷걸이 대신, 노숙인이 만든 종이옷걸이로 사업 현장에 뛰어든 것이다. 회사의 수익은 종이옷걸이에 기업 등의 광고를 디자인해 제작하고, 세탁소에 무료 배포함으로써 창출된다.
그 누구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회사를 이끌어 가는 젊은 CEO 박찬재 씨, 그는 어떤 사람일까.

두손 컴퍼니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이름의 의미도 궁금해요
 두손 컴퍼니는 노숙인의 자활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제가 원래 저소득층 문제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내 자신이 가진 게 없어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는 점이 좋아 사업 구상을 시작하게 됐죠.
회사명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데요. 두손 컴퍼니의 ‘두손’은 노숙인의 일하고자 하는 손과 그들을 돕고자 하는 손이 만났다는 뜻이에요. 어떤 일을 한다는 뜻의 ‘DO’가 내포돼 있기도 하죠.

회사 대표로서는 젊은 나이인데요. 이로 인한 어려움은 없는지요
 회사의 대표가 젊다는 건 회사의 규모가 작을 수도 있음을 뜻하죠. 그래서 저는 처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제 자신을 팀장, 과장, 대리 등으로 소개하기도 해요. 공식적인 자리에선 대표라고 밝히지만요. 하지만 단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연륜 있고 경험 많은 사업자들이 저를 아들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대해준다는 점은 좋아요.

일거리 창출 대상이 노숙자인 이유가 있나요?
 노숙인 강제 퇴거 기사를 본 후 서울역에 갔을 때, 역사 안 가게 근처에서 100명 정도의 노숙인을 봤어요. 그때 그들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막걸리 2병을 사들고 대화를 시도했죠.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자활 의지는 있으나, 일거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노숙인을 대상으로 일거리를 창출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죠.

사업 아이템으로 친환경 옷걸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옷걸이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휴대폰 금속물질 채취, 헌책방 운영 등 4-5개 정도의 아이템을 연구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한 팀원이 종이옷걸이에 광고를 입혀 보자는 제안을 했어요. 괜찮은 소재라는 느낌이 들어 1년 정도 옷걸이 아이템을 준비하게 됐죠.
종이옷걸이는 철제옷걸이가 버티는 무게의 약 2배를 더 버텨요. 종이의 재질이 골판지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젖은 옷을 걸쳐 말리면 변질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어요.
캐나다와 미국 등 해외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옷걸이에 광고를 입혀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연구 끝에 지금의 종이옷걸이가 완성된 거고요.

노숙인의 고용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노숙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을 떠올리는데요. ‘노숙인 쉼터’라고 자활 의지가 있는 사람이 찾아오는 곳이 있어요. 저희는 주로 이 쉼터에 있는 노숙인에게 일을 배분해요. 
정기 고용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이라 말하긴 애매해요.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자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요. 초기에 사업 구상을 할 때 ‘일자리 창출’이라는 단어를 썼는데요. 아직 회사가 그 정도의 역량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가 언제인지요
 노숙인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 가장 뿌듯하죠. 머릿속에서 구상했던 일이 실제로 이뤄졌잖아요. 일을 하면서 삶의 의욕을 느끼게 됐다는 노숙인이 고맙다는 말을 전했을 때,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취직의 대안으로 창업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창업이 취업의 대안이 되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취업보다 창업이 쉽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에요. 창업은 전문성이 뛰어나야 하고, 사업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거든요. 창업을 하자고 다짐했다면, 모든 것을 접고 뛰어들어야 해요. 창업이 절대 스펙 쌓기의 일부가 돼선 안 돼요.

사업을 시작하려면, 어느 정도의 전문성과 확신이 필요한가요?
 창업을 하기 위해선 경영학적 지식이 많이 필요해요. 하지만 실전에 나가 경험하며 얻는 게 더 많죠. 제가 종이옷걸이 사업을 시작할 때, 종이 공정에 대해서 자세히 공부하고 현장에 가보기도 한 것처럼요.
처음에 ‘확신’이라는 것을 두고 많이 고민했어요. 하지만 확신이 있다 없다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가치목표와 수치목표라는 게 있는데요. 가치목표는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원동력이고, 수치목표는 어떻게 일을 이룰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에요. 확신보다 중요한 게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인생의 가치관과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상이 있는지 궁금해요
 삶의 모토가 ‘행동하는 사람이 되자’이기 때문에, 고민이 생기면 깊은 생각을 하기보다 행동으로 옮기는 편이에요. 고민을 많이 해도 결과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쓸데없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것밖에 되지 않아요. 실천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어요.
사회적 기업이 강해질 수 있는 사회를 꿈꿔요. 착한 기업, 즉 좋은 일로 시작한 것이 좋은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창 꿈을 키워가는 대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다른 대학생 보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앞서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비슷한 위치에서 조언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양날의 검이에요.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쉽게 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거기까지예요. 자기 분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면 제대로, 프로처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또한 저는 제가 잘나서 인터뷰이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하는 일이 저를 대변하는 거죠. 종이옷걸이를 만드는 사람으로 알려진 것처럼요. 젊을 땐 잃을 게 없잖아요. 꿈을 꾸고 있다면 그 꿈을 그려봐요. 도전하고 행동하는 것만이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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