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4.1 부동산대책’은 주택 가격 하락세를 잠시나마 진정시키고 매매거래량을 늘리는 등의 효과가 있었지만, 단기간에 그치고 말았다. 역으로, 집을 가진 사람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가 줄고, 월세 주택 매물이 급증하는 ‘전월세 대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8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월세 주택 거래량 83만 6,637건 가운데 월세 주택은 32만 5,830건으로 전체의 38.9%를 차지했다. 이는 2011년 이래 최고치다. 이처럼 월세 비중이 늘어난 이유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 물량을 월세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은행에 맡겨 낮은 이자 수익을 챙기는 것보다 월세를 받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이 줄어 서민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월 말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전세가율이 놓을수록 전체 거래량에서 전세의 비중이 크다)은 64.5%로 2003년(64.8%) 이후 1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치솟는 전세수요를 매매로 유도하기 위해 지난달 ‘8.28 전월세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학가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 주변 부동산에 다세대, 다가구 등 저가 소형단지 중심의 월세매물이 넘쳐나지만, 전세매물은 찾기 힘들어졌다. 따라서 매달 일정액을 지불할 경제적 여력이 안 되는 자취생은 주거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많은 자취생이 ‘방 구하기 경쟁’을 해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지만, 이들을 위한 주거 대책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가 살 곳은 어디에…… 민달팽이족의 애환

‘주거난에 시달리는 청년 혹은 대학생’이라는 의미의 신조어 ‘민달팽이족’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한국사회의 대학생은 적지 않은 주거비 부담을 마주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2012)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재학생 중 부모와 따로 사는 대학생의 주거비용은 한 달 평균 전체 지출액(60만 3,000원)의 약 3분의 1(21만 5,000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대학가 주거비가 학생들이 감당하기에 높은 수준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2012년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에서 조사한 바로는, 대학가 주택(원룸·하숙·고시원 등)의 평당 평균 임대료는 10만 8,000원으로 서울 시내 중·소단지 아파트 평당 임대료 4만 5,000원에 비해 약 2.5배 비싸다. 실제 대학가 주택 임대료가 40-60만 원 선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취생이 매달 져야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 기숙사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 17곳을 대상으로 한 포털사이트 ‘대학알리미’의 조사 결과(2012)에 따르면,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11.8%로, 본가에서 나와 살고 있는 학생이 모두 거주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기숙사 수용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성균관대(21.6%)였으며, 20%를 넘는 곳은 2012년을 기준으로 성균관대·서울대·경희대 세 곳뿐이었다. 반면 11곳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생은 주거환경은 열악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반지하 쪽방이나 고시원을 택하고 있다.

  구조적 모순을 담고 있는 주택문제

  계층 간 소득격차의 심화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심각한 상대적 빈곤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해 위화감이 고조되고 갈등의 골은 깊어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계층 간 대립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주택문제를 꼽아 볼 수 있다.

주택문제라고 하면 곧 도시의 주택문제를 의미한다. 급격한 도시화·산업화에 따라 대도시로 유입되는 인구의 증가와 이에 따른 주택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주택문제는 불량주택 발생, 임대주택의 부족, 주택 금융의 비현실성, 택지난, 땅값의 폭등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자원 배분의 구조적 모순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학생 어깨 위 무거운 짐

주거문제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본가에서 나와 살게 된 대학생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작년 5월,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서 현 거주지가 수도권 지역인 대학생 3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방 출신으로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휴학 중인 대학생 2명 중 1명은 자취나 원룸에 거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응답자의 월평균 주거비용은 35만 원으로, 평균 생활비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방안

대학생은 높은 방값 때문에 생활비의 적지 않은 부분을 주거비용으로 소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들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서울시 SH공사에서는 서울 소재 대학생을 대상으로 학생 전용 임대주택인 ‘희망하우징’을 공급하고 있다. 주변 시세 20-30% 수준의 월세로 주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희망하우징의 공급주택은 원룸 주택형과 다가구 주택형으로 나뉜다. 원룸 주택형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13-15만 원, 다가구 주택형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7-9만 원 정도로 대학가 원룸에 비해 저렴하다.

대학생 주거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협동조합 ‘민달팽이 유니온’은 대학생 주택난의 해결책으로 공공기숙사 건립을 제시했다. 지난 12일 민달팽이 유니온은 서울 시청 앞에서 대학생 공공기숙사 건립 승인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본 협동조합의 대표 권지웅 씨는 “부산 태생으로 대학 때문에 서울로 올라왔다. 2학년 때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 과외 아르바이트, 교내 근로 장학생 등을 하며 돈을 벌었다. 매달 방값으로 25만 원을 내고 생활비는 하루에 만 원씩 썼다. 여유 없는 삶이 힘들어 나와 같은 처지의 학생을 돕기 위해 이 단체에 들어왔고 현재 공공기숙사 건립을 주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임대주택 수용 인원 확대, 공공기숙사 건립 등 다방면으로 대학생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보여주기 식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주택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학생을 위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