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윤정(31) 문학동네 편집자

 

출판사 편집자는 어떤 일을 하나요?

크게 기획업무와 편집업무로 나눌 수 있어요. 기획업무는 원고가 없는 상태에서 ‘이런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만으로 시작하는 게 대부분이죠. 자신이 구상한 책에 맞는 저자를 찾아서 집필을 부탁하고 계약을 해요. 원고가 나오면 편집업무로 들어가죠. 교열뿐 아니라 책 제목을 정하고 표지 디자인을 구상하는 일까지 편집업무에 포함돼요. 모든 편집이 끝나고 책이 나오면 언론사에 보내는 홍보용 보도자료를 직접 쓰기도 해요. 요즘은 홍보 관련 일도 편집자가 하거든요.

 

어떨 때 가장 힘든가요?

제목이 떠오르지 않을 때요. 제목은 신이 내려야 한다고 편집자끼리 말하거든요. 또 편집자의 일은 대부분 협업인데 의견 조율이 잘 안 될 때 힘들어요. 저자는 물론이고 디자이너, 제작부, 마케팅팀 등 다양한 사람과 소통해야 하죠. 편집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설득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출판사는 앉아서 원고만 볼 줄 아는 사람을 원하지 않아요. 융통성도 있고 여러 사람과 협업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죠.

 

그동안 편집한 책 중 가장 인상 깊은 책 한 권을 꼽는다면?

지금까지 만든 책이 60-70권 정도 돼요. 한 권만 고르자니 어려운데 굳이 뽑자면, 최근에 편집한 신경숙 작가의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요. 어려서부터 신경숙 작가를 좋아해서 거의 모든 작품을 읽었어요. 처음 신 선생님을 만났을 때는 좋아하는 연예인 보듯이 봤는데, 이런 경험이 소중한 경험이에요. 저한테는 책으로만 존재하던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과 같이 일한다는 게 아직도 신기해요.

 

직업병도 있나요?

다른 출판사의 책을 읽을 때도 교열을 보게 돼요. 식당 메뉴판과 방송 프로그램의 자막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죠. 친구들이 저한테 문자 보낼 때 맞춤법을 지켜요. 제가 의식적으로 맞춰 보내니까 친구들도 신경 쓰게 되는 거죠. 남자친구 편지나 문자 메시지를 교열해줬던 에피소드도 많아요.

 

편집자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

정말 안 알려진 젊은 작가가 저와 함께 커갔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만든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같은 경우가 그래요. 박준 시인은 2008년에 등단했는데 이제 첫 시집이 나왔거든요. 시집을 만들다 보면 시인의 생애를 다 알게 되는데, 이 때문에 어떤 시인의 시집 더군다나 첫 시집을 만든다는 건 특별한 일인 것 같아요.

 

* 다음 질문은 동덕여대학보사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dong dukpress)를 통해 홍연주(독일어 12) 씨가 보내주신 질문입니다.

국문학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취직할 수 있나요?

당연하죠. 물론 시나 소설을 편집하는 사람이면 국문과 출신이 편한 점이 많기는 해요. 작가도 많이 알고, 전공지식이 풍부하니까요. 하지만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편집자의 출신 학과는 다양해요.

 

편집자가 되기 위해 꼭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특별한 스펙이나 자격증은 필요 없어요. 진짜 중요한 건 많이 읽고 쓰는 거예요. 제 경험상 읽고 혼자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좋아요. 대화하면서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거든요. 주변에서 한국어능력시험이 도움이 되느냐고 많이 묻는데, 없어도 문제 될 건 없어요. 있다고 해서 특별히 취직에 유리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해외서적을 담당하고 싶다면 외국어를 할 줄 아는 건 기본 소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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