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문화대담

 

 최근 교학사가 편향된 시각으로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가 수정‧보완하기로 결정해 사태를 잠재운 듯하지만 역사 왜곡 문제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역사 왜곡은 교과서뿐만 아니라 드라마, 소설,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생활 속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 기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역사 드라마·영화가 역사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는가?
 다영 : 글보다 영상이 이해하기 쉽고 인상도 깊게 남는 것 같아요. 교과서에서 봤던 내용이 드라마에 나오면 더 재미있기도 하고요. 교과서에서는 단편적인 사실만 나와 역사를 암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교과서와 달리 극에서는 업적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그려 더 와 닿아요.
 

 신후 : 영상이 더욱 인상 깊게 남는다는 말에 동의해요. 하지만 역사 드라마와 영화가 우리에게 역사를 가르쳐준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역사를 다루고 있다 해도 시청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이야기를 각색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우리가 그것을 보고 올바른 역사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요. 제대로 된 지식을 얻고 싶다면 ‘역사채널e’ 같은 영상을 보는 게 나을 거예요.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극적인 스토리를 위해 허구적 요소가 가미될 수 있다. 그러한 요소가 역사 왜곡을 야기할 수 있는데, 창작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줘야 할까?
 신후 :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중 사라진 15일간의 승정원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예요. 역사적인 기록이 아예 전무한 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이 마음껏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에요. 이러한 허구적 요소는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는 김유신이 덕만 공주보다 나이가 많아요. 실제로는 덕만 공주가 김유신보다 약 10살이나 더 많지만요. 이처럼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왜곡이라 질타를 받기도 하겠죠.


 다영 : 드라마 <각시탈>에는 김구를 모티프로 한 인물이 등장하고, 어느 정도 허구가 들어가 있어요. 이 정도는 재미를 위해서 괜찮지 않을까요? 역사적 인물을 실제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만들어버리는 건 문제가 되겠지만요. 드라마 <기황후>에서 기황후와 충혜왕을 미화해 역사 왜곡 논란이 일고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개인마다 역사관이 다른데 어디서부터 왜곡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영 :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잖아요. 사실 여부는 남아 있는 자료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이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역사적 사료와 전혀 다르다면 왜곡이라고 생각해요.

 신후 : 역사가 E.H.카는 자신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여러 각도로 사실을 보는 작업을 통해 ‘객관적 역사’를 담보할 수 있다고 했어요. 다만 이러한 작업은 철저히 사실에 입각해 이뤄져야 하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도 ‘틀린 시각’이 아닌 ‘다른 시각’임을 입증할 수 있는 논리적인 자료를 제시해야만 해요. 그렇지 못한다면 그 순간부터 왜곡이 될 거예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인터넷에서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인터넷에서도 역사 왜곡이 심각함을 보여주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후 :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의 역사의식이 부족하다는 걸 말해주는 게 아닐까요? 인터넷상으로 역사 왜곡이 이뤄지고 있다면 그것을 발견하고 올바르게 고쳐나가야 해요.

 다영 : 아이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매체가 인터넷이다 보니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인터넷상의 자료는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이 많아요. 또,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내용을 편집할 수 있어 신뢰성이 떨어져요. 이런 잘못된 정보를 아이들이 보고 그대로 습득하게 될 것 같아 걱정돼요.

 그동안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 우편향 문제가 여러 번 거론됐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
 다영 : 편찬하는 사람의 편향적인 시각이 들어가서는 안 돼요. 검정 심의 통과를 엄격히 해 가장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내용만 담기도록 해야 해요.

 신후 : 저도 다영 기자와 같은 생각이에요. 교과서는 가장 기본적인 학습교재예요. 개인의 역사관이 있다 할지라도 객관적인 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과서에선 사실만을 알려줘야 하고, 판단은 학생이 해야 한다고 봐요.

 출판사 측에서 집필진을 한 쪽의 입장으로 치중해 구성하지 말아야 하고, 교과서를 출판하기 전까지 꼼꼼하게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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