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과 개인의 다양한 복지수요를 충족시켜 사회통합을 구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복지 혜택 대상인 사회적 약자의 경우에도 제대로 된 복리를 누리지 못하는 현실, 재정 확대에도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복지를 체감하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이 시행되는 데 필요한 국민의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개혁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초노령연금과 4대 중증질환 국고지원, 반값등록금 등이 그가 내건 공약이다. 공약이 나오자마자, 야당 의원과 관련 전문가 대다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예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보도 자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에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내세워 당선됐지만, 대부분은 사기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는 우려했던 대로 기존 복지 공약을 대폭 수정해, ‘복지공약의 퇴행’이라는 비판적 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누구나’ 누리는 복지
복지정책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로 나뉜다. 보편적 복지는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사회 서비스가 보장되는 것으로, 각 개인에게 일정한 수혜가 돌아간다. 이 개념 하에서 복지는 국가의 의무이자 모든 국민의 기본권으로 여겨진다. 보편적 복지는 주로 북유럽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복지형태이며 한국에서는 5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반면 ‘근대적 복지’라고도 불리는 선별적 복지는 일부 계층에게만 제공된다. 수혜대상은 소득 조사를 통해 선별된 저소득층이다. 상위계층의 기부가 많이 행해지는 미국이 이 복지유형에 속한다. 가난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정부와 사회구성원 전체가 나서서 취약계층을 도와야 한다는 ‘시혜적 복지’의 성격을 띤다.
 
지난 9월 26일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기초연금 최종안은 선별적 복지정책에 해당한다. 기초연금 최종안에 따라, 박근혜 정부 핵심 공약인 기초연금의 수혜 대상과 지급액이 ‘모든 노인’에서 ‘소득 하위 70%의 노인’으로, ‘조건에 관계없이 월 20만 원’에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지급’으로 축소됐다. 한정된 예산에 맞춰 효율성을 꾀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기초연금 정부안이 현재 노년층에겐 유리하지만, 12년 이상 국민연금 장기가입자, 청장년층에는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안대로라면 제도가 시행되는 내년 7월부터 소득 하위 70% 노인 중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가입기간이 11년 이하에 해당하는 노인은 20만 원 전액을 받는다. 반면에 젊은 세대로 갈수록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기초연금액이 깎이는 비중이 커진다.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 장기 납부자와 청장년층은 기초연금 수혜자로 인한 불이익을 감당해야 한다. 가입기간 12년이 지난 후부터는 1년마다 1만 원씩 깎이게 되면서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했을 경우 10만 원만 받게 된다.
 
변동의 주요 사항은 기존에 시행되던 기초노령연금(2007년 도입)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동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청장년층의 입장에서 보면 차별적 조치라고 여겨질 수 있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각각 따로 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65세 미만 청장년층은 미래의 소득을 기대만큼 보장받지 못하게 된 셈이다.
 
정부의 복지 정책에 대해 후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복지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맞닿아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개인의 인권이 중요시됨에 따라 국민의 의식 속 복지는 시혜가 아닌 권리로 자리 잡았다. 대학생이 본인의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것이나 저소득층이 공연 및 전시회 입장권 및 책 등을 살 수 있도록 정부가 비용의 50%를 부담하는 ‘바우처 제도’의 도입은 현대화된 복지의 일면을 보여준다.
 
이제 복지는 ‘일부’가 아닌 ‘누구나’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계층을 겨냥한 새로운 기초연금 정책은 국민이 꿈꾸는 복지 이상향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문제의 해결방안
대부분 국가는 산업화 이후 의료기술의 발달과 건강 의식 수준 고양으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이로 인한 퇴직 노인의 소득문제나, 증가하는 취업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 출산 장려를 위한 보육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각 나라의 정부는 고군분투 중이다.
 
복지란 삶의 질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국민 전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인간은 존엄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자유권적 기본권 등 다양한 권리를 갖고 있다. 국가는 적절한 복지제도를 통해 자국민이 위와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살기 좋은 나라 1위로 스위스가 뽑혔다. 스위스의 GDP는 전 세계 20위로 우리나라에 비해 5단계 낮은 위치에 있다. 스위스 국민의 삶 만족도는 무엇 때문에 높은 것일까. 스위스는 주변 프랑스, 독일 등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작은 나라다.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않고 오로지 자국민의 복지정책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복지정책이 혜택 대상이 되는 국민 모두에게 무조건적 수혜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자국민은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만족하는 삶을 영유한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냈지만 국민의 삶 만족도는 19위에 머물러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안정돼 있지 않은 복지정책을 꼽을 수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노인의 복지 제도는 크게 연금지원, 일자리 정책, 의료·건강지원 정책으로 나뉜다. 각각의 정책으로부터 파생된 제도는 다양하지만, 실제 도움이 필요한 노인에게 그 몫이 배분되지 않고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정책은 수없이 나오고 있으나 재정문제, 대상 범위의 문제 등에 부딪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복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표심을 얻기 위한 선동적 복지제도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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