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음을 입에 올리기 꺼린다. 죽음은 삶 저 건너편에 멀리 떨어져 있을 것만 같고, 왠지 어둡고 스산한 기운을 띤다. 그래서인지 ‘죽음에 관하여’ 말하는 것은 금기처럼 여겨졌다. 이 금기를 깨고 과감하게 <죽음에 관하여>라고 직설적인 제목을 내건 웹툰이 있다. 이 웹툰을 그린 사람은 바로, 시니(김신희·23)와 혀노(정현호·22)다. 두 사람은 다소 무거운 소재를 색다르게 신(神)의 시선으로 다루며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시니와 혀노가 새로 시작한 웹툰 <네가 없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그린 만화처럼 재미있으면서도 그저 가볍지만은 않은, 시니와 혀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두 분의 작업과정이 궁금해요

혀노 : <죽음에 관하여>를 연재할 때랑 <네가 없는 세상>을 할 때랑 작업과정이 달라졌어요. <죽음에 관하여> 때는 서로 집이 멀어서 시니가 온라인으로 콘티를 짜서 보내면, 제가 그림을 그리고 전화로 피드백하는 식이었어요. 이번 작품부터는 시니가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시니의 자취방에 저도 기생하면서 같이 작업하고 있어요. 자취방이 작업실인 셈이죠.

 

의견차이가 있을 때 어떻게 조정하나요?

시니 : 싸워요. 저희는 작품을 만들려고 만난 사이가 아니라 원래 친구여서 작업하기 이전에도 종종 싸워왔어요.

혀노 : 다른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는 공적인 관계라 이견이 있어도 말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이전에도 싸워왔기 때문에 의견을 주고받는 데 벽이 없죠. 싸우는 데 익숙해요. 요즘에는 잘 안 싸우는 편이지만요.

시니 :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새 콘티를 그리면 생략하는 게 많아요. ‘이 부분은 혀노니까 해주겠지’하고 생략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혀노도 제가 원하는 걸 알고 잘 그려주죠. 그러다 보니 싸울 일이 없어요.

 

공동작업의 장단점을 꼽자면?

혀노 : 단점을 굳이 뽑자면, 나중에 혼자 하게 됐을 때 힘들 것 같아요.

시니 : 그러니까 제 능력이 부족해서 힘든 게 아니라 일종의 불안이에요. 둘이 하는 데 익숙해졌으니까요. 장점은 스트레스를 반으로 나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개인으로 활동했다면 악성댓글을 보고 저 혼자 끙끙 앓겠지만, 저희는 둘이니까 같이 욕도 하고 서로 격려하기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죠.

 

앞으로도 두 분이 계속 함께할 생각인가요?

혀노 : 기본적으로 저희는 팀을 유지할 거예요. 가끔가다 욕심이 생기면 서로 배려해서 개인 활동 할 수 있게 양보해주고요. 아이돌그룹 유닛 활동처럼.(웃음)

시니 : 둘이 각자 최고가 된 다음에 다시 합쳐서 작품 활동을 하면 시너지효과가 있겠죠.

혀노 : 어떻게 보면 이런 거죠. ‘혼자서도 이만큼 할 수 있으니까 난 혼자 하겠다’가 아니라, ‘그러니까 둘이 합치면 더 굉장하겠지’예요.

 

죽음은 말하기 어려운 소재로 여겨져요

시니 : 저도 예전에는 말하기 어려웠는데 군복무를 소방서에서 하면서 죽음이 우리 곁에 편재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허무하게 죽는 사람을 많이 봤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죽음이 무겁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제는 그걸 말하는 게 어렵지 않게 됐고, 또 말하게 됐어요. 이렇게 얘기하면 주변 사람들이 나이도 어린데 너무 쉽게 얘기하지 말라고 하기도 해요.

 

▲ 혀노가 인터뷰 현장에서 직접 그려준 <죽음에 관하여>의 ‘신’

시니&혀노에게 ‘마감’이란?

혀노 : 어떤 일이든 똑같아요.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시작하지만 마감이라는 틀이 생기는 순간 그 재미있는 게 일이 돼요. 만화를 좋아하니까 기간을 한 달 정도 주면 진짜 재미있게 그릴 자신이 있어요. 그런데 “일주일 내로 올려라. 안 그러면 큰일 난다”라고 하니까.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낄 틈이 없어서 조금 아쉬워요. 

시니 : 그러니까 마감이 일인거지 그림 그리는 게 일은 아닌 거예요. 금방 할 수 있는 과제도 당장 내일까지 내라고 하면 하기 싫잖아요? 마찬가지죠.

혀노 : 하지만 이렇게 투덜대도 마감 끝나고 할 거 없으면 전 그림 그려요.(웃음)

 

만화를 한다고 할 때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요?

시니 : 누구나 만화한다고 하면 부모님은 반대할걸요? 그걸로 돈은 벌 수 있냐, 비전이 있냐, 더 심하게는 네가 그걸 할 수 있냐고 부모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죠. 그러면 저는 ‘내가 하면 되지’라고 생각해요. 그런 우려가 우려일 뿐이라는 걸 눈으로 보여주면 되잖아요.

혀노 : 맞아요. 눈으로 보여주기 전까지는 가족의 핀잔이나 걱정이 매일 반복되지만, 보여주고 난 후엔 그런 것이 한 번에 사라져요. 대학원서 쓸 때 만화창작과 가겠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너 꼭 거기 가야겠니?”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우리 아들 만화가라고 오히려 사람들한테 홍보도 하세요.

시니 : 그리고 저희 둘 다 ‘내가 안 되면 누가 돼’ 이런 자신감이 있었어요. 저희는 당근파라서 누가 잘한다고 하면 만족하는 게 아니라, ‘나 더 잘하는데?’하고 보여주고 싶어요. 아마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네 만화는 이게 부족해”라고 했으면 만화 안 하고 더 잘하는 다른 일 찾아서 했을지도 몰라요.

 

웹툰 작가로서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시니 : 작은 목표로는 요일별 웹툰에서 조회수와 별점으로 1등 하기요. 또, 웹툰 올린 지 하루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1등이라던가 그런 것들이요. 좀 더 크게는 사람들이 스토리 작가를 떠올렸을 때 바로 떠오르는 한 명이 저였으면 좋겠어요.

혀노 : 그리고 <죽음에 관하여>나 <네가 없는 세상>을 떠올려야만 시니&혀노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니&혀노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인식됐으면 좋겠어요.

시니 : 쉽게 말해서 시니&혀노 작품이면 사람들이 믿고 볼 수 있는 게 되는 거예요.

 

책에서 웹툰으로 변했듯, 앞으로 새로운 만화 매체가 생긴다면?

혀노 : 무조건 새로운 매체를 따라가요.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웹툰에서 다른 걸로 바꾼다고 해서 웹툰을 배신하는 건 아니거든요. 저희의 알맹이를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더 넓은 매체가 있다면 거기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시니 : 그런 걱정이 무의미한 게, 어렸을 때 저희가 웹툰 작가 하려고 만화 그리진 않았어요. 미래에는 어떤 다른 방식으로 만화를 그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죠.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도 돼요.

 

웹툰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시니 : 하고 싶은 일이니까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혀노 : 계속하는 건 당연한 거고,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자기가 굉장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어도 아무에게도 안 보여주면 사람들은 몰라요. 자부심 있는 만화를 그렸다면 여러 사람한테 보여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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