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아침, 커피향이 코끝을 찔러온다. 바로 ‘카페 마놀린’ 아저씨가 볶는 커피냄새다. 신선한 원두를 직접 볶아서 커피를 내리는 ‘맛’집으로 유명한 마놀린은 장사를 시작한지 벌써 9년이 넘은, 가장 오래된 커피집 중 하나다. 이번 더하고 나누기에서는동덕의 가장 친한 이웃인, 일명 ‘마놀린 아저씨’로 통하는 강대영(46) 씨를 만나보았다.

커피 볶는 아저씨, 강대영

  커피관련 전문 직업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커피 맛을 평가하는 커피 소믈리에와 커피를 로스팅하는 사람, 그리고 커피를 만드는 커피 바리스타. 그중 강대영 씨는 커피를 볶는 바리스타에 속한다. 삼십 대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커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그.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몰랐어요. 연애할 때부터 둘 다 커피를 좋아했어요. 그러던 중에 집사람이 먼저 제안했어요. 제대로 된 커피집을 해보자고”
 

▲ 환하게 웃고 있는 카페 마놀린 강대영 대표와 아내 민승경 씨
1999년부터 일본에 가서 본격적으로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 커피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가 끝난 후 2002년, 동덕여대 앞에 커피집을 열었다. 처음엔 조그만 커피 볶는 기계를 들여놓고 아는 지인의 커피집을 인수했다.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고. “이곳이 상권이 그리 좋진 않아요. 학생들은 학교가 끝나면 남아 있지 않고. 방학 때는 하루 매출이 4만원인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끝까지 문을 열었어요. 커피에 ‘올인’해서 여기까지 온 거죠” 손님 중 80%는 단골이라고. 이제는 동덕여대 학생들  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심지어 중·고등학생들까지도 커피를 마시러 일부러 찾아온다고 한다. 
  현재 본교 평생교육원 커피과정 책임교수를 맡고 있는 그는 ‘커피계’에서는 알아주는 커피 전문가다. M방송사에서 방영됐던 드라마가 끝난 이후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후 그를 찾는 전화가 수없이 걸려온다. YWCA, 희망 나누미 등 여러 곳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그는 무척이나 바쁘다. 그러다 보니 여러 곳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본교 평생교육원에서 온 연락에는 흔쾌히 허락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필요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직접 들여놓을 정도로 우리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가 작년부터 맡게 된 평생교육원 커피과정은 벌써 9기생을모집하고 있다.

‘재능기부’하는 고집스런 기부천사
 
그는 남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견문이 넓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잖아요. 커피를 배우기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어요”
카페 마놀린의 대표, 평생교육원 책임교수, 여러 단체의 자문위원. 수많은 타이틀 중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그는 ‘동덕여대 앞 마놀린 아저씨’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동덕인들 때문이라고. “2004년에 제가 많이 아팠어요. 그때 많이 힘들었는데 아내를 통해서 학생들과 여러 교수님들이 편지를 보내 주셨어요. 그때부터 죽을 때까지 동덕여대 앞에서 장사를 하겠다고 결심했죠”
  마놀린에 헌혈증을 가져다주면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준다. 그는 커피 한 잔과 바꾼 헌혈증을 모아 어려운 사람이나 단체에 기부한다. 헌혈증부터 옷, 심지어 커피콩에 이르기까지. 알게 모르게 기부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커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르쳐주는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사회복지단체나 구세군 같은 곳에서 도와달라는 연락이 많이 온다. 
그런 그에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없던 ‘안티’가 요즘 들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카드로 결제할 땐 쿠폰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아서가 그 이유다. 바쁜 아침에는 현금이 없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체크카드를 사용하곤 하는데 나중에 보면 ‘잔액부족’인 경우가 많아 손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도 많아서 카드 주인 찾기도 힘들어 직원들과 고안해 낸 방책이라고 한다. “저도 장사하는 사람이잖아요. 손해를 보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기부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어요”
  처음부터 사용하던 ‘칸타타’라는 상호를 버리고 올해부터 ‘카페 마놀린’으로 새롭게 시작했다. “어느 날 부터인가 TV에 같은 이름을 가진 인스턴트 커피 CF가 나오더라고요. 비교당하기 싫었다는 것이 오랫동안 사용한 ‘칸타타’를 버린 이유에요” 자신의 방식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그는 커피 맛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는 체인점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 말고 딱 하나, 체인점이 있으니 탤런트 구혜선이 운영하는 갤러리 이층에 위치한 ‘카페 마놀린’이다. “학사의 경우 동덕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지만 석사의 경우 자비를 들여 전시회를 열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체인점을 주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디자인과에 다니는 학생이 그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보고 돈이 없어 전시회를 못 하는 동덕인들에게 비용을 50% 깎아주는 조건을 달고 체인점을 주었어요. 앞으로도 그런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커피로 만드는 ‘따뜻한 세상’을 위해

 앞으로 목표는 커피집으로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국가지원으로 만들어지는 사회적 기업이 아닌 누구의 도움 없이 커피만을 팔아서 만들고 싶다고. “미혼모나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해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이에요. 임금을 주면서 교육하고, 취업도 시켜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그는 인터뷰 중에도 쉬지 않고 아내 자랑을 하느라고 바쁘다. “여기서는 아줌마지만 나가서는 선생님이에요. 미국에서도 인정받는 커피 소믈리에에요” 아내를 ‘인생의 동반자’라고 말하는 그는 인터뷰가 끝나고 사진을 찍을 때도 제일 먼저 아내를 찾는다.
아침 등굣길에 지친 얼굴을 하고 올라오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볶는 커피로 활력을 주는 것이 자신의 기쁨이라고. 마지막으로 동덕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요즘 취직이 잘 안 되잖아요. 좋은 곳에 취직하고 시집도 잘 갔으면 좋겠어요” 꿈꾸면서도 커피를 볶는다는 그의 미소가 참으로 달콤하다.   
<마혜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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