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애시대>

 누구나 진한 초콜릿처럼 달콤한 로맨스를 꿈꾼다. 하지만 첫눈에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하는 이야기는 진부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뻔한 멜로완 달리 연극 <연애시대>는 사랑의 씁쓸한 부분을 잘 그려내고 있다.
 연극 <연애시대>는 제4회 시마세이 연애문학상을 받은 故 노자와 히사시의 일본 베스트셀러 『연애시대』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현대 연애소설 분야에서 큰 사랑을 받은 『연애시대』는 극작가로 유명하던 작가가 집필한 첫 소설이다. 국내에서도 2006년에 감우성, 손예진이 주연으로 등장한 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했다. 소설과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연극으로 재탄생한 <연애시대>는 2011년 9월 초연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하루와 리이치로는 첫눈에 반해 결혼하고 아이를 갖지만, 아들 신노스케를 사산하자 끈끈하던 그들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오해가 계속 쌓이면서 두 사람은 싸움을 반복한다. 숱한 다툼 끝에 두 사람은 결국 2년간의 결혼생활을 정리한다.
 그러나 하루와 리이치로는 헤어진 후에도 서로의 주위를 맴돈다. 이미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다시 다가가는 것을 망설이면서도 상대방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서로 잊지도, 사랑을 고백하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을 이어가던 그들은 질투심을 자극하기 위해 상대방의 결혼상대를 찾아주기로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도 상대를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결과만 불러온다. 둘의 감정만이 중요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혼 후 진행되는 그들의 사랑에는 많은 인연이 얽혀있다. 계속된 만남과 이별은 이들의 사랑을 성장하게 한다.
 연애에 정해진 답은 없다. 연극 <연애시대> 또한 명확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연애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연애할 때 느끼는 설렘과 질투를 세밀하게 나타내 관객이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왔다. 센스 있는 대사와 유머는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해 연극을 더욱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연애란 자신을 상대방에게 맞춰가는 과정이다. ‘한 방의 공기를 둘이 나눠 마셔야 하니까 조금은 숨이 막히는 게 당연하다’라는 하루의 대사처럼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루와 리이치로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배운 배려를 통해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서로를 향해 뻗은 팔이 오히려 밀어내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고이 간직한 사랑은 그만큼 성숙해진다.
 드라마보다 소설 속 줄거리를 충실히 따른 이 연극에선 인물이 처한 상황이 무대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무대는 소극장답게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풍긴다. 배경으로 사용된 움직이는 네 개의 부스에는 엉켜있는 실타래가 그려져 있어 하루와 리이치로가 보이지 않는 붉은 실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대 천장에 달린 간이 보드 속 감성적인 글귀도 내용 이해에 도움을 준다.
 하루와 리이치로의 연애시대는 둘의 재결합으로 끝을 맺는다. 길고 복잡한 연애시대를 지나고 포근함에 다다른 그들은 행복하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었음에도 관객은 하루와 리이치로가 상대방에게 한 약속을 지키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모습에 안도 섞인 미소를 짓는다. 너무나도 꼬이고 꼬인 연애였던 탓일까.
 연극 <연애시대>는 관객의 추억을 살며시 건드리며 마음 깊숙한 곳을 파고든다. 자존심을 내세우며 일삼는 실수 때문에 더욱 꼬이는 그들의 인연을 보며 관객은 자신의 연애를 떠올린다. 사랑 속에 뒤엉켜 꺼내고 싶지 않은 진심을 나타내며 사랑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만약 당신이 가벼운 연애에 질렸다면 다소 무겁고 진지한 이들의 연애를 살펴보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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