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한국마임 축제

  70여개 관객석에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채웠다. 유치원생부터 나이 지긋한 관객까지, 무대를 향한 기대에 찬 눈빛들을 보니 도대체 마임에 어떤 매력이 있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은 것인지 궁금해졌다.불이 꺼지고 조명이 무대 가운데를 비춘다. 무대 주위엔 소품 하나 없고 배우 혼자만이 덩그러니 서 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통해 이야기한다. 관객은 그가 하는 행동을 주의 깊게 살핀다. 배의 노를 젓는 것인지 빗질을 하는 것인지 모르고 바라보다 잠시 뒤에 무릎을 치며 그가 하는 행동이 빗질하고 있는 청소부라는 것을 깨닫는다. 
  

▲ 최경식의 마임 <마르셀 마르소를 그리며>
<2010 한국마임>은 1989년부터 시작된 한국마임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매년 열리는 축제다. 무언극, 또는 몸짓연극으로 불리는 마임(Mime)은 마임연기자라는 배우가 몸동작으로 연기하는 예술을 말한다. 몸으로 모든 것을 흉내내는 마임이라는 형태의 공연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공연된 것은 1970년대 유진규, 김성수를 비롯한 마임연기자들로 부터다. <2010 한국마임>은 뿔뿔이 흩어져 개인적으로 작업하던 예술가들이 모여 ‘한국마임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추진한 사업.    
마임 연극의 특징은 다른 연극에 비해 공연시간이 다소 짧다는 점이다. 짧게는 10분 정도부터 길게는 한 시간 정도 공연된다. <2010 한국마임>공연은 공연별로 날짜를 정해 공연되기 때문에 지정된 날짜에 공연을 보러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날 공연은 총 두 편의 마임공연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임배우 마르셀 마르소의 원작을 재구성한 최경식의 <마르셀 마르소를 그리며>와 남녀의 사랑과 인생을 그린 극단 ‘마음같이’의 <우리는 이렇게…>가 공연되었다. 
  공연시간이 한 시간 정도인 <우리는 이렇게…>는 젊은 남녀의 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경쾌한 음악이 들려오고 공연이 시작된다. 맞선으로 만난 그들은 어느새 연인이 되고 결혼을 한다. 결혼식 장면. 배우는 중간에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맨 앞줄에 앉은 부부가 그 대상이다. 졸지에 두 배우의 장인·장모가 된 그들은 배우와 함께 즉석사진을 찍는다. 물론 사진기사도 관객 중 한명이다. 결혼식 장면에서는 공연을 보러온 관객이 하객으로 출연한다. 연습 한 번 하지 않고도 관객들은 자연스레 공연에 동참한다.   
  마임은 그 어느 공연보다 관객의 몰입도가 높다. 배우의 말이 아닌 ‘몸짓’으로 모든 것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자칫 지루할 것 같은 마임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마임공연을 본지 얼마 되지 않아 해소되었다. 관중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배우의 익살스런 표정과 행동은 굳이 다른 소품이 보이지 않아도 웃음을 자아냈다. 울고 웃다보니 어느새 공연이 끝나 있었다.
대사 한줄 없이도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드는 연극.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에서 침묵하는 마임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마혜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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