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원 프리메드 대표

 작년 1월, 여론조사업체 ‘입소스(Ipsos)’는 유럽과 아시아, 북미 지역 15개 국가를 대상으로 국가 의료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자국의 의료 서비스 향상 정도, 의사·전문가에 대한 접근성, 의료 서비스의 질 등에 관한 내용으로 온라인 설문조사가 진행됐으며 한국은 모든 항목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의료 사각지대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은 뛰어나지만, 저소득층과 노숙자, 쪽방촌 주민 등 형편상의 이유로 혜택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비영리 민간단체 ‘프리메드(FREEMED)’는 바로 이러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줄이기 위해 청년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다. 프리메드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듣기 위해 강지원 대표(25)를 만나봤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해요
 프리메드는 의료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으로 무료 진료소, 보건교육, 모성건강증진사업을 하고 있어요. 소외계층은 사회?경제적 여건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요. 그들을 위해 저희가 직접 나서서 진료 사업을 벌이고 있어요.
 더 나아가, 프리메드를 통해 현실적인 구조가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또 수혜자의 인식을 조사해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게끔 하는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의료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기에 모였던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 성취하고 싶은 것은 달랐지만, 공통으로 갖고 있던 생각이 있었어요. 내가 고민했던 일이 사회에 어떠한 가치로 실현되는 걸 보고 싶다는 거였죠. 그래서 저희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공유해봤어요.
 예를 들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는 학교 보건교육만으론 부족한 문제가 있어요. 우울감이나 학교 폭력 등으로 인해 아이들의 정서적인 문제가 나타나기 쉬워요. 그들에게 우리가 따로 교육해주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눠봤어요. 그리고 이 생각이 생각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죠. 실행으로 옮겨 우리의 생각이 가치로 변화되는 것을 보고 싶어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프리메드의 활동 범위는 어떻게 되나요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업은 대부분 서울권이에요. 보건교육사업 같은 경우는 1월에 교육부와 함께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업의 하나로 경기, 충청권 아동센터로 확대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해봤어요. 그때 반응이 좋아서 올해 중으로 범위가 확대될 것 같아요. 해외사업인 모성건강증진사업같은 경우는 1년에 두 번, 케냐 카지아도 지역에 가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대표님도 직접 현장에 참여하시는지
 네. 저도 모든 현장에 가봤어요. 모든 활동을 다 가보진 않지만, 현장에 가서 부족한 건 없는지 점검해서 사업 본부에 전달하기도 해요.

무료 진료소사업을 하면서 안타까웠던 환자를 만나기도 하나요
 환자를 치료하고 약을 처방해주는 것이 환자들에게 필요한 과정이지만, 건강을 유지하려면 자기 생활 습관이 받쳐줘야 하잖아요. 환자가 스스로 습관을 개선해야지 완벽하게 치료가 돼요. 하지만 노숙인과 쪽방촌에서 사는 환자들은 사회?경제적 여건으로 관리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있는 거죠. 상담도 해드리고 장기적으로 관리도 해드리지만, 그럼에도 환자의 변화 의지가 부족해 빠르게 낫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면 참 안타깝죠.

프리메드는 다른 대학생 의료 봉사활동과 어떻게 다른가요
 다른 의료 봉사활동은 어떤 주기가 있기보다는 진료가 일회성인 경우가 많아요. 의료 사업이 환자의 변화를 꾸준히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요. 또한 학생들의 경험 축적을 목적으로 한 것도 있어요.
 하지만 프리메드는 가치 지향적인 분위기의 단체예요. 타 의료 봉사활동과는 추구하는 비전이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일회성 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동해, 한 명의 환자라도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려고 해요. 또 더 좋은 환경에서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개혁하려고 한다는 점이 달라요.

단원들 대부분이 학생인데, 그렇다면 전공이 다들 의료 계열인가요
 그런 사람은 반이 채 안 돼요. 오히려 다양한 전공들이 더 많아요. 의료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저희가 교육을 하고 있어요. 혈압 측정이나 간단한 예진 등에 대한 교육을 하고 현장에 투입시켜요.
 또 프리메드의 조직도를 살펴보면 의료, 경영, 디자인 세 본부로 나뉘어 있어요. 경영 본부에는 경영·경제학과도 있고, 디자인 본부는 미대생들이 많고요. 의료 계열 전공이 진료를 잘할 순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 일에 관심이 있는가예요. 의료 계열 전공생이어도 관심이 없다면 오히려 다른 전공생보다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시작했을 때보다 규모가 많이 커졌을 텐데, 그 과정에서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단체가 커지다 보니 그만큼 자원이 많이 필요하게 됐어요. 사업이 점점 커질수록 연간 지출하는 비용은 계속 늘어나요. 그런데 사업이 팽창하는 속도보다 자원을 조달하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힘든 일이 있었어요.
 또 인적 자원 측면으로는, 사업이 커져서 사람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게 됐어요. 저희가 리쿠르팅을 통해 사람을 모집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도 몸이 커지면 움직임이 많이 느려지잖아요. 그런 것처럼 조직이 더욱 세분되고, 사업이 다양해지다 보니까 초기에 있었던 비전 공유 등 이런 측면에선 관리하기가 어려워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래서 단체 내부적으로 조직 개편이라든지, 새로운 비전 공유라든지 개선해 나가고 있어요.

프리메드 활동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나요
 모성건강증진사업 활동을 위해 케냐에 갔을 때였어요. 저희는 산모가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는 장비와 임신 중에 각종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도구들을 보급하고 있거든요.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초음파 장비도 갖추고 있죠. 그 장비를 소개하면서 마사이족 산모를 모셨는데 그들은 산부인과가 없어서 태아의 심장 소리를 이때 처음 들은 거예요. 산모가 심장 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그걸 보며 마음이 뭉클했던 기억이 있어요. 또, 저는 태아의 심장 소리는 생명의 소리라고 생각하는데, 생명의 소리는 어느 나라든 같다는 걸 느꼈어요.

세 가지 사업 말고도 다른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지요
 현재 구체적인 논의를 한 바는 없어요. 올해의 목표도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의 수혜자 범위를 넓히는 거예요. 보건교육사업을 경기, 충청권으로 넓혀간 것처럼요. 하반기에 다문화 가정, 외국인 노동자, 미혼모 등으로 수혜자 범위를 넓혀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어요.

프리메드의 최종목표는 무엇인가요
 프리메드가 필요 없어지는 것, 사라지게 되는 것이요. 우리가 있다는 것은 아직 격차가 존재한다는 거니까요. 그러기 위해 중간자의 위치로 프리메드가 할 일은 소외계층이 스스로 건강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변화하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고요.
 또 그들이 스스로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했을 때 사회에서 자본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리가 소외계층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남은 자본이 이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소외계층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부탁드려요
 저희가 앞으로의 비전을 두 가지로 꼽고 있어요. 첫 번째로는 수혜자를 위해서 좋은 사업을 개발해서 제공하는 것이고, 두 번째가 더 중요한데 우리 사회가 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예요. 학생들이 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지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같이 고민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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