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지금까지의 올림픽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논란이 되는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화제가 된 인물로는 단연 김연아와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활약에 대해 국민이 보여준 다양한 반응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지점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김연아는 지난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은퇴 선언을 했다가 복귀해 올림픽 2연패 도전에 나섰다는 점에서 올림픽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번 올림픽이 은퇴 무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촉발시켰다. 언론의 관심은 더욱 높아져갔고, 5시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이 새벽에 일어나거나 밤을 지새우며 경기를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비록 깔끔한 연기를 펼쳤음에도 은메달에 그치고 말았지만, 그의 마지막 무대는 완벽했다. ‘여왕’이라는 호칭이 부족하지 않음을 실력으로 보여주었다.

 은메달 수상이 때아닌 판정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김연아에 대한 판정이 공정치 못하다며 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인터넷상에서 이뤄진 심사청원 서명에 2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참여했을 정도다. 이 같은 김연아에 대한 환호와 열광을 애국심이나 민족주의로 설명하는가 하면, 혹자는 그에 대한 지나친 열광을 경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 제기, 즉 불공정함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 대중의 자발적 행동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낫다. 물론 이에 대해 우리 사회의 수많은 부정에 대해서는 눈을 감거나 침묵하면서 왜 유독 김연아에 대해서만 그러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김연아 못지않게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인물이 바로 빅토르 안이었다. 2010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대표로 금 3개와 동 1개 등 4개의 메달을 땄고, 이번에는 금 3개와 동 1개의 메달을 한국이 아닌 러시아에 안겼다. 그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에서의 선수생활이 여의치 않게 되자 러시아로의 귀화를 선택해 화제가 됐다. 한편에서는 파벌 싸움의 희생양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빅토르 안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시선은 사뭇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강력한 경쟁자임에도 빅토르 안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낯선 풍경은 아니다. 이미 국제 스포츠 경기를 보면 귀화 선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여자 쇼트트랙 단체팀에는 대만 출신의 귀화 선수가 한국 대표로 속해 있었다. 다양한 종목에서 선수의 명예와 국가의 이익이 서로 만나면서 새로운 국적을 선택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 과정에서 애국심이나 민족주의와 같은 여론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김연아와 빅토르 안을 둘러싼 논란은 사회적으로 다양한 토론과 새로운 사유를 가능하게 했다. 김연아의 경우에는 단순히 한국선수라는 자존심의 문제를 넘어 피겨 역사에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선수라는 사실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빅토르 안 역시 귀화로 인해 러시아에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생각보다는 객관적 현실을 담담하게 수용하는 것 같다. 스포츠 경기에서 국가 간 경쟁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스포츠가 갖는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팬들과 선수 모두 어떤 억압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즐기고 환호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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