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오찬호 지음)라는 제목의 책이 발간됐다. 이 책은 20대 청년 세대의 일상을 통해, 우리 사회 청년의 내면에 숨어 있던 속내와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 사회에는 청년 혹은 대학생에 대한 일종의 신화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청년이 자유와 평등, 정의 등 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1960년대 4·19 혁명 이후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했던 역사적 과정에서 형성됐다.

 이러한 믿음은 사회에서 차별과 억압의 상황이 발생하면 청년 세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응하고 싸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책은 우리의 믿음과 신화를 무너뜨리고 만다. 그들은 차별을 반대하는 대신에, 옹호하고 찬성한다.

그들은 어떻게 변했나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변했다. 1990년대를 전후로 태어난 오늘날의 청년 세대는 대중문화의 세례를 받았으며, 200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사회의 가치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내면화하면서 성장한 이들이다. 그들에게 자유와 평등, 정의는 어쩌면 먼 옛날의 추상적인 가치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경쟁과 효율, 부자와 성공 같은 담론과 가치가 훨씬 더 중요하고 친근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학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보면, 우리 사회 대학생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이화여대와 서강대 등 서울의 주요 사립대에서 성 소수자 관련 게시물이 연이어 훼손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전과 달리,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물리적인 폭력을 행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성 소수자 문화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해와 수용은 과거에 비해 분명 진보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공공연하게 발생한다. 소수의 반대 세력이 노골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성 소수자 같이 특정한 집단에게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울대에서는 특별전형 출신 학생에 대한 비하가 이뤄지고 있다. 저소득층과 농어촌 학생,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등 ‘사회적 배려 입학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일부 학생들이 노골적으로 폄하를 일삼는 게 그 예다. 강남을 비롯한 대도시 중심, 중산층 이상의 가정환경 등 소위 ‘출신 성분’을 이유로 동료 학생들을 차별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최근 미국 하버드대에서도 학생들 사이의 인종 차별이 문제시되고 있다. 백인 학생들이 흑인 학생에게 ‘너희 글 읽을 줄 알아?(Can you read?)’라고 묻는 등 다양한 인종 차별이 일어나자, ‘나도 하버드생(IAMTOOHARVARD)’ 프로젝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것은 소수 인종 우대 정책에 대한 백인 학생들의 반발에 기인한 것이다.

 인간은 타고난 기질 못지않게 사회적이고 물질적인 조건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오늘날 청년 세대에 대한 어떤 비난도 정당하지 못하다. 청년 세대의 변화는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의 책임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청년 세대 역시 고민을 가져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 이 사회에서 타자와 공동체, 자유와 평등, 정의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고민은 필수적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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