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0년 새 2배 불어

 

가계 빚이 결국 1,000조 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작년 말 1,021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 국민 1인당 약 2,000만 원의 빚을 진 셈이다. 2004년 말 494조 2,000억 원이었던 가계부채는 눈덩이가 돼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났다. 

한국 경제를 휘청이게 하는 가계부채의 주된 원인은 무엇인가. 대다수 전문가는 몇 가지 원인을 공통으로 지목한다. 

 

무분별한 대출, 과다 차입이 원인

먼저 한국의 대출구조를 꼽는다. 2000년 초, 저금리가 지속되자 은행권은 주택담보 대출에 나섰다. 보통은 대출할 때 원리금을 함께 갚지만, 금융회사의 경쟁적인 대출 확대로 이자만 갚고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구조로 대출을 해줬다. 금융기관이 차입자의 부채상환능력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대출을 승인해줘 실질적으로 상환할 수 없는 가계의 경제적 부담만 커졌다.

가계부채의 상당한 부분은 부동산 매매를 위한 과다한 차입 때문이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세계 경제는 금융 위기를 겪었다. 세계적인 경제문제는 곧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어졌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집값은 떨어지고 갚아야 할 돈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부동산에 투자한 가계는 타격을 입고 가계부채 역시 늘어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1,000조의 부채 중 은행권에서 빌린 채무는 650조 규모다. 이 중 60%가 주택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이다. 주택담보 대출 상환 시기가 몰리는 것도 가계부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일시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주택담보 대출 규모가 40조 7,000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만약 은행들이 만기가 된 대출금을 회수에 나선다면 가계에 큰 충격이 갈 수 있다. 

이러한 가계부채를 계속 방치할 경우 한국 경제 전체의 기반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악화되면 가계소득과 자산 가치가 감소하고 가계는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증가한다. 경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설령 소득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부채를 계속 상환해야 하기에 소비를 늘릴 수 없다. 나라를 구성하는 개인 경제가 흔들리면 나라 경제 상황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기에 가계부채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어떤 대책을…

그동안 시행했던 정부의 가계부채 대응 정책을 살펴보면 금융위험 완화에 중점을 뒀다. 이에 정부는 은행을 제외한 금융기관인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는 가정이 증가하는 속도를 관리했다. 신협, 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권에서 고위험대출(3억 원 이하 거치식 일시상환대출, 5개 이상 금융기관 다중채무자의 대출)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2금융권에서의 가계대출 증가속도를 조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는 대출구조 개선을 통해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했다. 대출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는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방법이 있다.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이란 원금을 나눠 갚으면서 이자를 함께 갚는 대출상품이다. 일정 기간(거치 기간)동안 이자를 먼저 내고, 이후에 원금을 한 번에 갚는 거치식 일시상환대출과 반대 개념인 셈이다.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은 원금을 나눠 갚기 때문에 일시상환보다 원금에 따른 이자가 점차 줄어들어 이자 부담이 적고, 만기상환위험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하면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거치식 일시상환대출의 비율이 줄어들게 되고, 정부는 가계부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및 금융 관련 부처는 이러한 정책으로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안정됐으며 대출구조도 점차 개선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0.5%(2010년 말)에서 15.9%(2013년 말)로 15.4%포인트나 증가했다.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 역시 같은 기간 6.4%에서 18.7%로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가계소득 대비 부채 부담 비율이 높아 민간소비가 위축돼 있는 점은 문제다.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개인소득 중 소비와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3.8%(2012년 말)로 OECD 평균보다 29%포인트나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가계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핵심 관리지표로 설정했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후속조치인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2월 27일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까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5%포인트 인하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정 경제는 국가 경제의 기반이다. 가정 경제가 튼튼하면 내수시장이 살아나고, 이는 곧 국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이토록 중요한 가정 경제가 곪아가고 있다. 이 환부에 어떻게 메스를 대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가 안정될 수도, 쓰러질 수도 있다.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 정책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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