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먹어야 맛있다

▲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의 소셜 다이닝 프로그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가구의 26%에 달했다고 한다. 이처럼 주거방식이 개인화되면서, 문화흐름을 주도하는 새로운 계층이 생겨났다. 이들은 모임이나 단체 활동보다 홀로 누리는 생활방식을 즐긴다. 우리는 이들을 가리켜 ‘나홀로족’(또는 ‘싱글족’)이라고 부른다.

혼자 먹어도 맛있다?

나홀로족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반영하듯, 최근 사회 다방면에서는 나홀로족의 식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나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등은 ‘먹방’을 통해 주시청층인 1인 가구의 이목을 끈다. 편의점에서는 1인분으로 된 즉석식품 판매량이 계속해 증가하고 있으며, 가구업계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식탁과 주방도구가 출시되기도 한다. 식당에서는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나홀로족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아예 1인 식당이 생기기도 했다. 도서관 열람실처럼 디자인 된 신촌의 한 일식집은 ‘나홀로 식당’으로 유명하다. 전체 17석 중 1인석이 11자리나 된다. 칸막이로 차단된 1인 테이블 앞에는 ‘혼자 먹어도 맛있다’라고 적힌 메모지가 붙어있다.

이렇게 방송이나 일상생활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나홀로족의 식사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왠지 모를 ‘짠함’과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그 이유는 여럿이 아닌 혼자이기 때문이다. 수유리에서 자취 중인 백새누리(중어중국 12) 씨는 “같이 먹는 사람이 없으니 끼니를 잘 안 챙기게 된다”라고 말한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오인태의 시 <혼자 먹는 밥>에는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삶을 같이 한다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 나타나 있듯, 예부터 한국사회에서 밥을 먹는 행위는 함께 있는 사람과 정을 나누는 행위로 여겨져 왔다. 그렇기에 개인화된 최근의 식문화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혼자 밥을 먹는 이들의 외로움을 발견해 낸다.

소셜(Social)하게 먹자!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소셜 다이닝’(Social Dininig)이다. 소셜 다이닝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으며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나홀로족에게 공동체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통로로서, 온․오프라인 상에서 활발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대 소셜 다이닝 커뮤니티 ‘집밥’이 있다. ‘집(集)밥’은 모여서 밥 먹는다는 뜻이다. 이곳에서는 재테크, 자기계발 등 다양한 주제의 모임이 계속 이어진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월요식당’은 매주 두 차례 만나 직접 만든 요리를 나눠 먹으며 대화하는 ‘쿠킹 클래스’형 소셜 다이닝이다. 창원시 마산에서는 다문화 가정, 홀로 사는 노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소셜 다이닝이 2013년부터 시작됐다. 이는 신복지정책의 하나로 여겨지며 지금까지 주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소셜 다이닝은 공동체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즉, 현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에서 비롯된 문제의 해결책을 전통 생활방식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안적 모델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시행된 적이 있다. 일본의 셰어 하우스(한 지붕아래 여러 1인 가구가 모여 사는 주거방식)나 프랑스의 꼴로까시옹(노인이 젊은 학생과 사는 형태)등이 그것으로, 한국의 식문화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식문화에서 세월이 지나도 보존돼야 할 것은 함께 먹는 즐거움, 바로 소통이 아닐까.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