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D 프린터가 글자·그림을 인쇄하는 것처럼 3D 프린터는 3차원의 입체물을 만들어낸다
 지난해, 미국에서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권총이 화제가 됐다. 실탄을 발사할 수 있는 이 권총은 인터넷상에 올려진 설계도를 내려받기만 하면 3D 프린터를 통해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설계도 파일의 인터넷 게시를 중지시키라는 처분을 내렸다. 그 외에도 현재 옷, 신발 등 실로 여러 물건이 3D 프린터로 만들어져 있고, 심지어는 인간의 장기까지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3D 프린팅이란 과연 어떤 기술인가?
 
 3D 프린팅이란 디지털 모델을 사용해 고형소재로 입체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말한다. 물론 인간은 기존에도 고형소재로 입체물을 만들어 왔다. 전통적인 공작 기법은 주로 소재를 절삭하거나 구멍을 뚫는 등, ‘미켈란젤로가 돌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떼어내어 다비드상을 만드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3D 프린팅 기법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만든 3차원 도면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물체의 모양을 입체적으로 파악한다. 이후 이를 3D 프린터라는 전용 기계의 힘으로 다양한 소재(금속, 플라스틱, 심지어는 인간의 세포까지도!)를 겹겹이 적층해 구현해낸다. 이는 어찌 보면 기존의 프린터와도 비슷하다. 컴퓨터가 원하는 이미지나 문자의 모양을 프린터에 보내면, 프린터가 겹겹이 잉크를 뿜어 이를 인쇄용지 상에 구현해내는 것과 같은 원리인 것이다. 
 
 3D 프린팅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나고야시 공업연구소의 연구자인 고다마 히데오가 원시적인 3D 프린팅 기법으로 최초의 입체물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3D 프린팅의 기술적 기반을 확립한 인물은 미국의 연구자 찰스 헐이다. 그는 1984년에 스테레오리소그래피, 즉 입체 모델링 인쇄 기법(자료에 따라서는 광조형법, 입체 석판술 등으로 번역하기도 한다)을 창안했으며, 1986년에는 이 기법으로 특허를 얻었다. 그는 스테레오리소그래피를 “자외선 경화성 물질의 얇은 막을 계속 층층이 인쇄함으로써 단단한 입체물을 만들 수 있는 기법과 기재”라고 정의했다. 헐의 특허 내용에 따르면, 첨단 CAD/CAM/CAE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만들고자 하는 입체물의 컴퓨터 모델을 매우 많은 수의 얇은 층으로 나눈다. 그리고 그 내용에 맞춰 액체 포토폴리머를 맨 아래층부터 한 겹씩 쌓으며, 동시에 자외선광으로 경화시켜 모양을 만든다.
 
 그는 특허 출원 시 스테레오리소그래피의 소재를 액체 포토폴리머에만 국한하지 않고 ‘경화가 가능한 모든 물체, 또는 물상을 바꿀 수 있는 모든 물체’라고 밝혔다. 그의 특허 내용에는 삼각모델을 통한 데이터 준비, 해치 방향 바꾸기 같은 여러 가지 빛 노출 전략 등 오늘날의 3D 프린팅에도 많이 쓰이는 기술이 망라돼 있었다.
 
 그 후로 30년 가까이 지난 현재, 처음에는 방 하나 크기만 하던 3D 프린터는 이제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있을 만치 작아졌고, 보석·제화·산업디자인 등 여러 가지 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3D 프린팅의 장점은 기존의 생산 방식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제품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부품을 따로 만들어 조립해야 했던 제품도, 3D 프린팅을 이용하면 처음부터 조립된 상태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볼트나 너트 같이 부품 결합에 사용되는 또 다른 부품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층층이 쌓아낸다는 장점을 이용해, 한 부품 내에서 여러 색상을 동시에 나타내는 다색성형 부품을 만든다든지, 여러 가지 소재가 동시에 쓰이는 하나의 부품을 만들 수도 있다.
 
 누구나 어렸을 적 한 번쯤 만들어 봤을 조립식 프라모델을 가지고 설명한다면 3D 프린팅의 효율성을 더욱 알기 쉽다. 프라모델은 일일이 부품을 런너에서 떼어내서 다듬고 본드로 붙인 다음, 색칠하고 데칼을 붙이는 등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을 거쳐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완성품을 3D 프린터로 만든다면 어떨까. 조립? 거의 필요 없다. 색칠도 필요 없다. 3D 프린터가 알아서 다 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은 특히, 아직 전용 치구(지그라고도 불리며, 특정 제품 생산 또는 특정 작업 실시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전용 공구를 말한다)가 없으므로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해결해야 하는 시제품의 제작 때 두드러진다. 따라서 기업에서 제품 개발 및 생산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관점에서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역시 제품 생산의 ‘민주화’다. 물론 아직은 모든 것을 3D 프린팅으로 만들 수 없지만, 이론상으로는 금형이나 선반, 밀링 머신(Milling machine) 같은 값비싼 공작 기계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도 제품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는 문방구마다 3D 프린터를 갖춰놓고 원하는 제품을 대행 생산해 주는 시대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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