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역에서 학교로 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미션이 있다. 일명 ‘월곡역 오거리 무사히 건너기’ 미션이다. 난이도 별 5개의 오거리 미션은 고도의 집중력과 순발력을 요한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량은 없는지 확인한 후 재빠르게 길을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혹 한눈팔다가 다가오는 차를 보지 못한다면 당신은 학교를 지척에 두고 등교를 중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월곡역 오거리가 혼잡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다섯 갈래 길이 만나는 오거리의 특성상 사방에서 차가 오기 때문에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학교 앞 오거리는 다섯 갈래 중 두 길이 일방통행이라 조금 나은 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도로의 폭에 있다. 월곡역 오거리에서 만나는 길은 모두 폭이 좁다. 차도뿐 아니라 보도도 좁은 편이다. 특히 진각종 옆 오패산로 4길과 상월곡역 방향 장월로 1길은 마을버스(성북 10)가 다녀 더욱 길이 좁다. 안 그래도 좁은 길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보도마저 차지해 보행자는 차 사이를 비집고 다녀야 한다. 

세 번째로는 보행자를 위한 시설이 미비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보행자를 위한 시설을 설치할 수는 없을까? 본래 학교 앞 오거리 횡단보도는 ‘험프식 횡단보도’를 도입할 예정이었다(본지 보도 2010년 4월 5일 제406호 1면). 보행자 보도와 횡단보도의 높이를 같게 한 험프식 횡단보도는 과속방지턱의 역할을 한다. 또한 차도보다 횡단보도가 높기 때문에 운전자가 보행자를 더 잘 볼 수 있다. 어쩐 일인지 험프식 횡단보도는 설치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성북구청 도시계획과에 문의해보니, “하나의 계획안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합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계획안이 변경됐을 수도 있다”라고 답했다.

오늘도 우리는 무사히 오거리 미션을 통과했다. 그러나 내일도 미션을 완수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월곡역 오거리가 보행자 중심으로 정돈돼, 학생들이 더 이상 등굣길에 미션을 수행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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