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에는 특별한 카페가 있다. 바로 ‘동네 변호사 카페’다. 시장 입구에 위치해 시끄러울 것 같지만, 막상 카페 안에 들어가면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2층에서는 다른 개인 카페처럼 음료와 쿠키,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다. 이곳만의 특별한 점은 3층에서 발견할 수 있다. 3층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사건에 대한 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자매인 언니 이미연(32) 씨와 동생 이세나(29) 씨가 함께 운영하고 있어 더욱 특별한 곳, 동네 변호사 카페에 다녀왔다.


 ‘동네 변호사 카페’는 어떤 곳인가요
 미연 : 2층에는 카페가 있고, 3층은 변호사 사무실이에요. 이곳의 주된 성격은 변호사 사무실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변호사 사무실이 이 공간의 정체성이고 카페는 단지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거죠. 카페는 변호사 사무실을 오는 사람이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올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일 뿐이에요.
세나 : 사실 카페와 변호사 사무실의 일은 중복되지 않아요. 같은 상호와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운영하면서 겹치는 부분이 전혀 없어요. 카페는 제가 운영을 맡고 있고 변호사 사무실은 언니가 담당하고 있죠.

 어떻게 변호사 사무실과 카페를 합칠 생각을 하셨나요
 미연 : 처음엔 사무실의 한 형태로 생각했어요.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 가보면 알 수 있겠지만, 분위기가 굉장히 딱딱해요. 그래서 저희 카페는 손님이 긴장해서 얼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편히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구상하게 됐어요. 또 제가 매일 출근해야 하니까 제게 편한 공간을 생각하게 됐고요. 아, 모티브가 된 공간이 있어요. 예전에 홍대 근처에 있던 제네럴닥터죠. 제네럴닥터는 병원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카페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에요.

 카페의 위치가 의정부인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미연 : 고향이 의정부예요. 부모님도 거주하고 계시고요. 그렇다고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만 선택한 건 아니에요. 서울에서 복잡하게 일하고 싶진 않았어요. 서울에는 변호사가 워낙 많거든요. 제가 꼭 있어야 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럼 어디로 갈까 고민하면서 지역적으로 변호사의 비율이 적은 곳을 찾다 보니 여기로 오게 됐어요.

 운영 초기와 달라진 점이 있나요
 미연 : 2012년 6월, 동네 변호사 카페가 생겼어요. 그때와 달라진 부분으로는 일이 많아졌다는 걸 꼽을 수 있죠. 일반 변호사 사무실은 3명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변호사 1명에 전화받는 비서 1명, 남자직원 1명 이렇게 3명이요. 그런데 전 3명이 하는 일을 혼자 하다 보니까 바쁠 수밖에 없어요.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다 해야 해요. 초반보다 갈수록 일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정신없이 생활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혼자 운영하는 사무실이라서 다양한 문화생활과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줄 알았죠. 그런데 정말 시간 여유가 없더라고요. 서울에도 재판이 있을 때 말고는 못 가게 될 정도로 말이에요.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미연 : 거의 모든 사건이 다 기억에 남아요. 왜냐하면 소송이라는 게 그 사람의 인생에서는 최대의 위기이기 때문이죠. 소송을 평생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도 많잖아요. 살아가면서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소송을 겪는다는 것은 인생에서 굉장히 중대한 위기의 순간이라는 것을 뜻해요. 그렇기에 각자의 사연이 절박하죠. 또, 저는 주로 성폭력 사건을 다루고 대변하고 있는데 그런 것이 특히 기억에 남죠. 그 외에도 일반 민·형사 사건이나 이혼사건, 소송으로 진행하지 않고 상담만 하고 가신 분도 다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카페에서 법률상담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미연 : 법률상담을 하려면 미리 연락해야 해요. 제가 자리에 없는 날이 많아서 그냥 오시면 엇갈리는 경우가 생기죠. 상담을 원하는 사람은 방문 전에 전화나 이메일로 예약하면 돼요.

 성폭력 관련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이유는
 미연 : 저는 여성문제에 관심이 아주 많아요. 대학교 때부터 전공과목에 관한 공부보다는 여성학이나 여성 문제에 관한 공부를 더 한 것 같아요. 여성문제와 관련된 책도 많이 읽었죠. 그런데 대학 졸업 후 사법 시험을 준비하면서 관심이 줄어들었어요. 눈앞에 급하게 해야 하는 공부가 있으니까요. 연수원을 수료하고 나오면서 내가 어떤 길을 가야 할까를 고민할 때 경력 많으신 선배님이 “너의 관심분야는 어디냐”라는 질문을 해주셨어요. 보통 진로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할 때 “판사, 검사, 변호사 중에 뭐할래” 이렇게 물어보지 “네 관심 분야가 뭐니”라고 물어보지는 않거든요. 그때 제 관심분야를 다시 떠올리게 됐어요.

 사건을 담당하면서 안타까웠던 기억은
 미연 : 안타까운 기억이 너무 많아요. 제가 만나는 성폭력 피해자는 정말 다양해요. 4살짜리 꼬마애도 있고 장애를 가지신 어머님도 있고 지적장애인도 많죠.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 제일 안타까워요. 그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면 피해를 보고 나서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법률적인 문제를 도와드리는 것은 변호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 성폭력 사건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남아있어요. 그들의 장애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일이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특히 장애인은 한 번 성폭력에 노출되면 계속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점이나 지속해서 돌봐드리기 어렵다는 점이 안타깝죠. 저도 그 외에 맡은 일이 많아서 그 일에만 신경 쓸 수가 없거든요.

 기억에 남는 손님은
 세나 : 단골손님이요.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들러주시는 분들이에요. 매일 오시지는 않지만, 초기에 운영 시작했을 때 가뭄에 콩 나듯이 오셨던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어떤 메뉴를 좋아하시는지도 알고 있죠. 개인 카페는 손님이 많지 않아 거의 할 일이 없어서 손님 한 분 한 분 모두 기억에 남아요. 특별히 케이크나 쿠키를 주문하지 않는 이상 별로 바쁘지 않아요. 시장 입구에 있는데도 카페 안은 정말 조용해요. 그래서인지 손님도 한두 시간 있다가 가시는 분이 대부분이에요. 책을 읽거나 노트북 가져와서 개인 작업하시는 분이 많이 오세요. 여유로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죠.
 

 판매하고 있는 음식을 직접 만드신다고요
 세나 : 따로 배운 적은 없어요. 제 감각으로 만든 거예요. 좋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법에 따라 만들면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음식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 주는 것도 좋아하고요. 자격증이나 공부에 중점을 두는 편이 아니라서 제과제빵 관련 자격증을 따지는 않았어요.

 자매가 함께 카페를 운영하면서 의견충돌은 없었나요
 미연 : 의사결정은 그냥 제가 다 해결하는 편이에요. 제가 결정하면, 동생이 보완하면서 조금 더 세련되게 만들어요. 제가 지침을 제시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하면 동생은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시하고 자기 스타일로 정리해요. 잘하는 부분이 달라서 서로 보완이 되는 것 같아요. 좋은 파트너라고도 할 수 있죠.

 앞으로의 계획은
 세나 : 계속 이렇게 카페 운영하고 싶어요. 손님 오시면 주문받으면서요. 지금은 카페 일 말고 다른 일 중에 하고 싶은 게 없네요.
 미연 : 저는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은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우선 벌려놓은 것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아요. 저희는 처음부터 “언제든지 망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또, “다른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언제든지 그만두고 가도 된다”라고 정했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없어요.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앞으로도 오래 이렇게 하고 싶어요.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