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시간이 없다고. 현대인은 학업과 일을 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낸다. 그들에게 문화는 어쩌면 감히 엄두 내기 어려운 사치일지도 모른다. 이는 우리 사회에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퍼져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문화계로 침투해, ‘스낵 컬쳐(Snack culture)’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탄생시켰다. 스낵 컬쳐는 ‘스낵’이라는 부분에서 쉽게 연상할 수 있듯, 짧은 시간 안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가리킨다.
 
일상으로 스며든 스낵 컬쳐
스낵 컬쳐는 패스트푸드로 대표되는 식음료 분야에서 가장 먼저 성공을 거뒀으며 이후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됐다. 패스트패션의 일종인 SPA브랜드(자사의 브랜드 상품을 직접 제조해 유통까지 한다)는 상품회전이빨라,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즉, 패션에 반영된 스낵 컬쳐라고 볼 수 있다.
 
스낵 컬쳐 하면 미디어와 관련된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폰은 이용자 수가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통신도구라는 기능 외에, 문화를 향유하는 도구로서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는 대중의 일상이 된지 오래이며, SNS를 통한 스낵 컬쳐의 공유는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현대약품의 비타민 음료 브랜드 ‘프링클’이 선보인 영상이 그 예이다. ‘젊음은 직진’이라는 콘셉트의 이 영상에는 군복무 중인 남자친구를 둔 여학생이 약 22㎞를 걸어 남자친구가 근무하는 부대까지 가는 여정이 담겨있다. 길이가 3분 33초로 짧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버스에 장착된 G버스 TV는 애니메이션, 뉴스,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자칫하면 낭비할 수 있는 이동시간을 효율적으로 채워준다. 이외에, 1분 내외의 뉴스나 30분 이내의 인터넷 강의도 틈새 시간을 활용한 문화적 컨텐츠다.
 
여가 분야에서 스낵 컬쳐의 대표적인 예시는 데이 캠핑(Day camping)과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을 들 수 있다. 캠핑족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데이 캠핑’은 반나절 동안 즐길 수 있는 캠핑을 의미한다. 야외에서 밤을 보내지 않고, 최소한의 캠핑 용품만 챙겨 가볍게 떠나는 것이다. ‘트레일 러닝’은 미니 마라톤으로, 회사 근처나 동네에 있는 산책로를 이용해 틈틈이 운동하는 것을 뜻한다.
 
왜 틈새를 노리는가
사회 다방면에서 스낵 컬쳐를 발견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빠르고 간편한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은 짧은 시간에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컨텐츠를 개발 중이다. 직장인과 대학생을 겨냥한 온라인상의 미니 강연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은 방영 시작 후 네티즌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원고지 10-30매 내외 분량의 스마트 소설 앱, 10분 안팎의 모바일 영상 역시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해 생겨났다. 오는 6월경에 네이버 인기 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 드라마 <뱀파이어의 꽃>이 방영될 예정이며, 올해 하반기에는 모바일 영화 <미생>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낵 컬쳐가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
스낵 컬쳐의 발달은 직접 그 장소에 가거나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는 대중에게 맞춤인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짧은 시간 내에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특성은 다른 말로 하면, 순간적인 즐거움에 탐닉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필요에 따라 문화를 소비하던 경향은 ‘시간’과 ‘무의식적 욕구’라는 요소에 따라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유한한 시간 속에 짬짬이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문화현상이 현대인에게 보내는 경고를 듣게 된다. 시간에 쫓겨 진정한 문화의 가치를 잊어버리진 않았는지, 자기도 모르게 습관화된 욕망에 이끌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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