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 탓에 국내 입양은 해외 입양에 비해 턱없이 적다. 2003년 시설보호 아동의 해외 입양이 2,287여 명에 이르렀다. 반면, 국내 입양은 1,564여 명에 불과했다. 그 결과, 한국은 ‘아동 수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외로 입양되는 아동이 많았다. 꾸준히 감소하고는 있지만, 연간 해외 입양아동은 아직도 수백 명에 이른다. 통계 조사에 따르면 2009년에도 1,125명의 한인 아동이 해외로 입양됐다.

대다수 한인 입양아동이 잘 성장하고 있지만, 실패 사례도 꽤 있다. 지난 해 10월, 미국 가정에 입양된 현수(2) 군이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했다. 이 외에도 양부모가 입양아동을 학대하거나 입양아동의 정체성 혼란으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입양이 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해외 입양보다는 국내 입양이나 가정 위탁이 아동의 정서안정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국내 입양에 비해 해외 입양은 입양 가정에 대한 심사가 비교적 느슨하다.

 

신중한 입양을 위한 절차

보통 일반 가정에서 아동을 입양하려면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입양의 제1의 조건은 양자가 되는 아동의 권익과 복지를 증진할 수 있는 환경이다. 입양하는 가정은 화목하고 정신·신체적으로 건강한 가정이어야 한다. 또 아동 양육과 교육에 필요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입양 대상이 되는 아동은 부양 의무자를 확인할 수 없거나 부모 또는 후견인이 입양에 동의한 경우 그리고 친권상실을 선고받은 자의 자식이다. 이뿐 아니라 아동이 13세 이상이면 부모의 동의 외에 양자가 될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입양에 관한 모든 절차는 「입양특례법」을 따르고 있다. 「입양특례법」은 입양에 관한 요건과 그 절차에 대한 특례,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아동의 권익과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국가에서 입양가정에 양육수당, 의료비, 아동교육지원비 등의 양육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미혼모 68%가 아이 입양 보내

보건복지부가 공시한 ‘국내외 입양 현황’에 따르면 2012년 입양아동은 1,125명이다. 이중 93%가 미혼모(부)의 아동으로 입양아동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미혼모시설에 입소한 미혼모 2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2005년)에 의하면 미혼모 10명 중 7명이 출산 후 입양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미혼모 문제는 여성 인권뿐 아니라 입양 등 여러 문제를 동시에 끌어안고 있다.

미혼모가 입양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아이 양육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문제’를 꼽았다. 입양을 선택한 미혼모 중 37.7%는 경제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아이를 양육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입양 정책에 미혼모 지원이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미혼모 관련 사업비를 2010년 약 120억에서 2014년 약 22억으로 대폭 삭감했다.

한편, 입양과 양육 모두를 선택하지 못하는 미혼모도 있다. 사회적 시선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두 가지 방법을 포기한 채 아이를 유기하는 경우다. 2012년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입양 전에 친부모가 반드시 출생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입양아동이 친부모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미혼모의 33%가 미성년자임을 고려할 때, 미혼모가 출생신고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미성년자가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베이비박스에 대한 찬반 논란

실제로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이후,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기의 숫자는 79명(2012년)에서 252명(2013년)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베이비박스란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를 키우기 어려운 산모가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베이비박스는 12세기 이탈리아 수도원에서 운영한 ‘기아(棄兒) 회전판’(Foundling wheel)을 기원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처음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베이비박스를 만든 이종락 목사는 교회 벽을 개조해 보관함을 달았다. 보관함 내부는 항상 36℃로 유지되며, 10-15초 이내에 벨이 울려 관계자가 바로 아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비돼 있다.

최근에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에서 베이비박스를 설치하려고 했다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은 “베이비박스가 아이 부모로 하여금 죄책감을 덜어줘 영아유기를 조장한다”라고 주장한다. 베이비박스가 없었더라면 부모가 키웠을지도 모를 아이들이 버려진다는 것이다. 또한, 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8조에 따르면 아동은 “이름과 국적, 가족관계 등 법률에 의해 인정된 신분을 보존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동은 자신의 신분요소를 알 수 없으므로, 이 시설은 위 협약에 어긋난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베이비박스가 없다면 버려지는 아이의 생명이 위협을 받게 된다”라는 이유로 설치를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길거리에 무방비로 버려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베이비박스가 필요하며, “베이비박스를 철거하는 방법은 버림받는 아이가 나오지 않도록 복지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 말한다.

이렇듯 베이비박스 설치는 찬반 양측 의견 모두 일리가 있어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어렵다. 현재 여러 단체들이 국내에 베이비박스를 준비 중이지만, 가리봉동의 사례처럼 반대여론을 고려해 설치를 유보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독일, 일본 등 19개국에서만 베이비박스를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입양은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끼리 법률적으로 가족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낯선 사람이 가족이 된다는 것은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아동을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입양은 무엇보다도 아이의 행복을 위해 이뤄지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입양 가정의 신중한 선택과 보다 안정된 입양 정책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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