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조 지당판> 중앙에 장식돼 있는 공예품

연희 :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채화(採花)’를 처음 알게 됐어. 채화는 비단조각으로 만든 꽃으로, 왕실의 품위를 높여주는 중요한 장식품이었대. 그 중 궁중채화는 국가의 잔치를 풍성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해.

은미 : 나는 궁중채화에 이렇게 정식 명칭까지 있는 줄은 몰랐어. 평소 장식품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조선시대에는 장식품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는 게 굉장히 새로웠어.

태이 : 우리가 전시회에 처음 들어가서 본 작품은 순조의 40세를 기념해 만든 채화를 재현한 거래.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장식품이라서 그런지 더 화려했어.

은미 : 전시장의 조명을 최소화했잖아. 배경이 어두웠기 때문에 채화의 밝은 색이 더 부각될 수 있었던 것 같아. 또 궁중 음악이 계속 흘러나와서 감상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어. 한 쪽에서 상영되는 동영상도 전시회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고.

태이 : 맞아. 동영상 덕분에 채화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더 잘 알 수 있었다고 해야 할까? 또, 화려함과 단조로움이 어우러져 있어서 우리 조상들이 색채에 관심이 많았다는 생각 도 했어.

연희 : 이번 전시회를 개최한 화장(꽃을 만드는 장인) 황수로 씨는 반평생을 채화에 대해 연구했대. 연구를 바탕으로 많은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어냈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고자 노력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니?

은미 : 작품에 사용된 재료도 굉장히 인상 깊었어. 비단뿐만 아니라 밀랍, 꿀, 모시 등으로 만들어졌다는데, 적은 재료를 가지고도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놀라워.

연희 : 맞아. 각 작품마다 그림자의 미묘한 차이가 있었는데, 사용된 재료에 따라 그림자의 명도가 다르더라고. 그래서 작품 하나하나의 느낌이 색달랐어.

태이 : <벽도화준>과 <홍도화준>에 장식돼 있던 새와 꿀벌 봤어? 새는 실제 깃털을 사용한 것처럼 사실적으로 만들었더라. 꿀벌은 줄무늬가 매우 선명하고 몸통이 매끈하게 보여서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어. 이렇게 섬세한 부분까지 공들인 덕에 더 생생하게 느껴졌어.

은미 : ‘잠화(簪花)’가 무엇인지 아니? 잠화는 임금이 장원 급제자에게 꽂아줬던 꽃이야. 잠화의 일종인 수화를 봤을 때, 색감이 선명하고 화려해서 여성을 위한 장식품인 줄 알았거든. 그런데 그게 남성을 위한 것이었다니 참 신기했어.

연희 : 나는 <순조 지당판>이 제일 인상 깊었어. 중앙에 장식된 공예품과 꽃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다른 작품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낄 수 있었어. 구성이 알찼다고 해야 하나? 공처럼 생긴 모형이 아래로 늘여져 있어서 마치 모빌 같았어.

은미 : 조상들이 왜 생화가 아닌 조화를 사용했을까 생각해 봤는데, 꽃을 꺾지 않겠다는 의도가 들어있는 것 같아.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조상들의 마음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된 거지. 또 그로써 조선왕실의 불멸을 기원하기도 했대.

태이 : 채화전 입구 옆 공간에 서양의 채화인 프랑스의 비단 꽃이 전시돼 있었거든? 그게 모두 브뤼노 르제롱의 작품이래. 작품뿐만 아니라 제작 시 사용했던 도구, 브뤼노 르제롱의 활동사진이 함께 배치되어 있어서 그런지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마음에 더 와 닿았어.

연희 : 서양 채화는 그라데이션 기법을 사용했대. 그라데이션 기법은 한 색에서 다른 색으로, 어두운데서 밝은 느낌을 주는 것과 같이 매끄럽게 변화를 주는 것을 말해. 단색만 사용하는 한국 채화랑은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지.

태이 : 예전에는 사극에서 연회 장면이 나올 때 채화가 연회를 얼마나 풍성하게 해주는지 몰랐는데 이렇게 채화를 직접 보니까 이것들이 없었다면 굉장히 허전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연희 : 하지만 전시되어 있던 작품의 수가 너무 적었다는 게 아쉽더라. 채화의 매력에 막 빠져들 때 즈음 끝이 나버리더라고.

은미 : 맞아. 그렇지만 5월 8일에는 황수로 씨의 단독 시연회가 있으니 그때 와서 설명을 들으면 더 풍성한 감상을 할 수 있을 거야.

 

강연희, 고은미, 김태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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