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수학자 존 내쉬(John Nash)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그의 일생과 연구 업적 그리고 그가 겪은 고난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존 내쉬를 전체적으로 조명하며 그가 연구했던 이론과 연구과정을 들려준다. 존 내쉬가 발표한 이론은 애덤 스미스의 이론만큼 우리에게 친근하진 않지만, 오늘날 정치?경제?국제관계에서 영향력 있는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화는 프린스턴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 장면으로 시작한다. 존 내쉬는 1945년 카네기 공과 대학에 입학한 후, 1948년 프린스턴 대학원에 역대 최고 장학금을 받고 들어간다. 대학생활에서 그는 무뚝뚝하고 항상 자기 확신에 차있는 모습을 보인다. 좀처럼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고 기숙사 한구석에 틀어 박혀 지내며 명석한 두뇌와 괴짜 기질로 새로운 이론과 가설을 연구한다. 그런 내쉬의 특출난 재능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교정의 비둘기를 보며 움직임의 패턴을 도출하고, 크리스털 잔에 반사된 햇빛과 동료의 넥타이 무늬를 연결해 보인다. 그는 눈에 잡히는 모든 것을 계산화, 수치화해 독창적인 방법으로 가설과 문제를 풀어낸다.
 
“애덤 스미스는 틀렸어”
 영화는 내쉬가 정립한 이론인 ‘내쉬 균형’의 기반을 내쉬와 친구들의 대화로 풀어낸다.  어느 날 바에서 내쉬와 친구들은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한다. 그들은 ‘누가 먼저 그녀의 마음을 살 것인가’를 두고 내기를 벌인다. 친구들은 미녀에게 다가가자고 제안한다. ‘개인이 최대효용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효용을 늘릴 수 있다’라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으로 주장을 뒷받침하면서 말이다.
 
 이때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내쉬가 한마디 한다. “애덤 스미스는 틀렸어”라고. 금발 미녀를 만나는 한 명은 만족하겠지만, 나머지 내쉬 무리는 우울하게 보내야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금발 미인 무리도 득 되는 게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금발의 미녀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신이 ‘대타’라는 것을 눈치 채고 내쉬 무리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즉, 한 쌍을 제외하고는 만족을 얻지 못한다. 개인이 최대효용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전체의 효용을 떨어트린다는 게 내쉬의 논리였다.
 
 내쉬는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전체의 효용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문제의 금발 미녀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에 다가가는 것이다. ‘개인은 물론, 사회를 위해 노력할 때 최선의 결과를 이룰 수 있다’라는 데서 내린 결론이었다. 
 
 언뜻 보기엔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이지만, 존 내쉬는 새로운 이론을 발견해낸 것이다. 그는 그날 바에서 생각한 것을 기반으로 27쪽의 논문을 발표한다. 내쉬가 발표한 <비협력 게임>논문은 150년을 넘게 이어온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반박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내쉬 균형
 내쉬 균형은 상대의 전략을 예상할 수 있을 때,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선택하여 이룬 균형상태다. 이 이론은 자신과 경쟁상대 간의 위협과 반응을 설명한다. 내쉬의 균형 이론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론과 연관지어, 현대 경제?경영 분야에서 주요한 개념으로 인정받고 있다. 내쉬는 이 이론으로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그가 발표한 이론과 천재적인 능력은 모두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그의 이론이 주목받은 이유는 그가 150년 전통의 절대적 진리를 반박했다는 데 있다. 당시 애덤 스미스의 이론은 누구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며 있는 것을 받아들이기만 할 때, 그는 연구를 계속했다. 
 
 진리를 깨거나 당연시 여기는 것을 뒤집으려면 세상을 향해 외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 그에 상응하는 노력 또한 뒷받침 돼야 한다. 내쉬는 늘 새롭고 창의적인 시선으로 새로운 이론을 연구하며 학문의 발전에 일조했다. 이처럼 학문에 대한 열정과 성실한 태도가 있었기에 그의 업적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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