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성 역사 체험교실 ‘에픽토리아’ 대표

▲ 이우성 에픽토리아 대표
     
 

얼마 전 경기교육청이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역사인식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한국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부족한 학생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등한시해온 한국사 교육이 안타까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다행히 사회 전반에서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는 2017학년도 대입전형부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고,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역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역사하면 여전히 딱딱하고 고루하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따분한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교육방식을 도입한 단체가 등장했다. 보고 느끼는 방법으로 생생한 역사를 가르치는 역사 체험교실 ‘에픽토리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5일 충무로 사무실에서 ‘에픽토리아’ 대표 이우성(28)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에픽토리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에픽토리아는 역사·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예요. 그중에서도 특히 역사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죠. 초등학생에게는 역사 체험학습을, 일반인에게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역사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요. 구성원은 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한 선·후배와 동기로 이뤄져 있어요.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창의적인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회사를 만들게 됐어요.

 

이 일을 하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사실 저는 역사교육을 전공하기 전, 기계공학을 배웠어요. 그런데 1학년 1학기부터 3학기 연달아 학사 경고를 받게 되더라고요. 제적당할 상황까지 가는 바람에 급히 입대했죠. 군대에 가서 ‘내가 왜 여기로 오게 된 걸까’ 고민을 하다가 ‘나를 제대로 이끌어줄 참된 스승이 없었구나’ 하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렀어요. 그렇게 남의 핑계를 대며 (웃음) 새롭게 목표를 다잡았어요. 학생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진 참된 교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사범대에 진학하게 됐죠.

 

교사라는 안정적인 미래 대신 새로운 길을 택했는데

오랜 시간 교사가 되길 꿈꿔왔는데, 교생 실습을 나가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학교에서 본 현실이 제가 꿈꿔왔던 교사의 모습과 달랐거든요. 교생 실습을 나간 학교에선 대부분의 아이들과 재미있게 잘 지냈어요. 그런데 극소수의 아이들과는 잘 못 어울리더라고요. 원래는 소외되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바르게 이끌고자 하는 의로운 마음에서 교사가 되기로 했는데, 그러지 못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제가 바라는 교사상이 되지 못하고 그렇게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바에는 그만두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린 거고요. 다른 한 가지 이유는 학교생활이 저와 안 맞는다는 걸 느껴서예요. 학교에서 하는 국사 수업은 진도 위주로 이끌어 갈 수 밖에 없어요. 1년 안에 책 한 권을 끝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교과과정을 다 마치는 것도 아니죠. 근현대사를 배울 때 즈음에는 학기가 끝나잖아요. 그러다 보니 역사는 지루한 과목이 돼요. 경직된 수업의 연속에 아이들은 흥미를 잃고요. 딱딱한 수업보다는 아이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 해서 지금의 역사체험교실을 만들게 됐어요.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역사 교육관이 있나요

저는 꼭 알아야 하는 내용만 재미있게 전달하는 게 바람직한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대입에서 한국사 성적을 요구한 건 서울대 뿐이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이 주로 한국사를 배웠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재미를 붙이지 않는 이상 역사에 관심을 두기가 어렵고요. 이 때문에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쉽고 부담 없이 역사를 배우도록 하는 방법이요. 그 점을 지향하고 있죠. 또 2017학년도 입시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이 됐잖아요. 교육부도 평가 방식을 바꿔서 수험생에게 부담이 적은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개진한다고 해요.


역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역사는 딱딱하고 지루하다’라는 인식이 있는데

역사교육 전공자의 시각으로 말씀드릴게요. 역사교육론 중에 ‘역사 체험’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감정이입을 매개로 역사를 배우는 거죠. 역사는 자연 과학처럼 실험할 수 없는 학문이잖아요. 역사 속의 그 시대로 돌아가 볼 수도 없고요. 그러니 다른 사람의 체험을 자기의 체험처럼 느끼는 추체험(追體驗)을 통해 상황을 이해하게끔 하죠. 그런데 교과서로 이루어지는 교육에선 감정이입이 힘들어요. 그래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거죠. 단순 줄 글로 지식을 나열하면 학생이 관심을 두지 않으니까요. 이야기를 듣고 직접 보고 이해하면 역사를 더 쉽고 즐겁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체험활동 장소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일단 시각적인 끌림이 있어야 해요. 아이들이 추체험으로 감정이입을 할 수 있으려면 집중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거든요. 이야깃거리가 얼마나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조건이에요. 그래야 아이들에게 내용과 지식을 전해주고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니까요. 장구한 역사를 하루 이틀의 체험학습만으로 배우긴 사실 불가능하죠. 그래서 선사시대부터 12가지로 단계를 나눴어요. 각 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유적지를 방문하며 역사를 배우게 말이죠.

 

야외에서 주로 활동하는데 이론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나요

교재를 아이들에게 먼저 줘요. 한번 읽어 오도록 하고 수업을 진행하면서 답을 맞춰가는 거죠. 1박 2일 프로그램의 경우, 낮엔 탐방하고 저녁에 빙 둘러 앉아 그날 배운 걸 교재로 복습해요. 아이들은 그날 배운 내용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요. 일종의 토론식 수업이죠.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걸 하니까 재미있어하고 자기 의견도 곧잘 이야기해요.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역사 수업은 다양한 범위로 이뤄져요. 역사를 배운다는 건 비단 지식을 늘리는 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니까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예로 들어볼게요. 독일은 전쟁 후 침략국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반면, 일본의 경우 그런 사과가 없었어요. 이런 식으로 양국의 차이를 비교하며 무조건 외울 것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바르게 사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도록 하는 거죠. 여기엔 잘못하면 사과하고 앞으로는 올바르게 행동하면 된다는 기본적인 태도를 배우는 것도 포함돼요.

 

다른 곳과 차별되는 에픽토리아만의 특징이 있다면

최근 역사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다양한 역사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어요. 아이들은 어릴 때 재미있게 배운 것을 커서도 잊지 않거든요. 만일 비전문가가 잘못 가르친다면 오랜 시간을 잘못된 개념 속에 빠져있게 돼요. 에픽토리아는 전공자가 가르친다는 점에서 다른 곳과 구별된다고 할 수 있죠. 자기가 공부하는 것과 남한테 지식을 전해주기 위해 공부하는 건 차이가 있잖아요. 또 선생님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기에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남다르고요.

 

기억에 남는 아이들과의 에피소드가 있나요

초등학생 중에 개구쟁이인 친구들이 몇 있어요. 그런 친구들은 짓궂기도 하지만 친해지면 선생님을 잘 따라줘요. 이동할 때도 일렬로 줄 맞춰 가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생기죠. 저희가 가는 체험학습 장소에 연천 전곡리가 있는데요. 그곳에 도착해서는 고기 구워 먹으라고 불을 피워줘요. 그럼 아이들이랑 선생님이 모여서 삼겹살을 구워 먹어요. 놀고 즐기는 게 녹아들어 있죠. 역사체험이지만 넓게 보면 여행의 개념이에요. 체험 활동하는 코스 중에는 갯벌도 있어요. 갯벌에서는 다 함께 조개도 캐고 게도 잡고 해요. 아이들은 굉장히 좋아하죠. 나가면 선생님이 아이들을 어느 정도 제재해야 하는데 더 신나서 놀아요. 갯벌에서 옷도 다 버려가면서요. 총 책임자 입장에선 힘들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만한 추억이 없죠.


일을 하며 어떤 보람을 느끼나요

해야 할 일이 많지만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아요. 제가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고 또 긍정적인 편이거든요. 기획한 아이템이 상품으로 출시되는 모습을 보며 힘도 많이 얻고요. 보고 즐기는 역사 체험활동을 통해 쉽고 재미난 역사를 가르치는게 보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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