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라이프 사진展

동물의 세계를 보는 방법

진한 : 보통 우리는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으로 야생 동물을 접하잖아. 사냥하는 동적인 모습과 맹수의 기질을 주로 보지.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가 프레임에 담은 동물을 보니 색다르더라고. 클로즈업된 사진 속 동물의 눈빛에 많은 게 담겨 있다고 느꼈어. 특히 어미 치타가 나무에 올려놓은 먹이를 새끼 치타가 떨어뜨린 순간을 포착한 사진에선 허탈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더라.

연희 : 기린끼리의 교감을 다룬 작품도 인상 깊었어. 암수 기린의 애정표현을 ‘네킹’이라고 한대. 이런 교감이 작품에 아름답게 잘 담긴 것 같아. 난 아직도 사랑이 가득 담긴 기린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

민지 : 나는 알을 적으로부터 보호하려고 자기 몸에 알 모양 무늬를 만드는 수컷 그물무늬개구리의 부성애가 인상적이었어. 새끼를 위해 본인의 희생까지도 감수하는 모습이 인간과 참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

연희 : 그런데 어떤 사진 설명에선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이 지나치게 개입돼 있다는 것을 느꼈어. ‘남방 흰수염고래의 슬픔’이라는 작품의 경우, 내가 보기엔 어미와 새끼 고래가 유유자적 헤엄치고 있는 것 같았거든? 그걸 보고 고래들이 자유로워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설명은 ‘고래들이 슬픔을 느끼고 있다’라고 돼 있더라.

진한 : 맞아. 동물학에선 ‘동물이 행동하는 것에 인간의 감정을 투영해서 보지 말라’라는 말이 있대. 동물의 모습을 보고 ‘이 친구는 지금 상황이 이러니 이런 감정을 느낄 거야’라고 판단하곤 하잖아. 그게 어쩌면 인간의 한정된 상상력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 속 놀라움

민지 : 푸른바다거북, 얼룩말을 다룬 사진을 보면 작가가 클로즈업을 통해 등껍질과 얼룩말의 무늬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 덕분에 동물이 갖고 있는 본연의 색감이 두드러지고, 질서정연한 무늬에서는 율동감도 느껴지지.

연희 : 나는 전시를 보며 그동안 몰랐던 정보를 얻기도 했어. 순록은 생존을 위해 태어난 지 한 시간 만에 일어서고, 하루 만에 육상선수보다 빠르게 달린대. 그리고 가장 나이가 많은 할머니 코끼리가 이동할 때 부족을 이끈다고 하더라.

민지 : 치타 눈 밑에 있는 검은 줄무늬는 눈부심을 막기 위함이래. 이게 야구선수가 검은 아이패치를 하는 원리와 비슷하다면서? 그런 걸 보면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름다움은 인간이 예술을 하는 데도, 실생활 곳곳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한 컷에 담긴 사진작가의 땀방울

연희 : 포식자가 사냥하는 순간을 담은 사진은 작품의 생동감을 돋보이도록 한 것 같아. 먹잇감과 포식자의 급박한 상황이 그 이후의 일을 상상하게 해줘서 재밌었어.

민지 : 사진가의 노력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붕슬랑이라는 독사가 카멜레온을 죽이는 사진이 있는데, 그걸 찍기 위해서 2m 거리까지 다가갔대. 자기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진을 찍었다니 예술적 혼이 대단하지 않니?

진한 : 야생 동물을 촬영하는 데는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한 것 같아. 가서 바로 찍는 게 아니라 현장으로 나가기 전 야생동물의 행동습관을 공부하고, 한 컷의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릴 때도 있고. 어떤 사진가는 여우 사진을 찍기 위해 6개월간 여우를 지켜만 봤대. 그리고 찍은 후엔 여우가 다가와서 몇 시간이고 눈을 맞춰주더래. 교감이란 게 그런 건가 봐.

함께하는 자연과 인간

진한 : 북극곰 사진을 보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봤어. 바다의 유빙이 녹아 사냥이 어려워지자 절벽을 위태롭게 기어가며 먹이를 구하려는 사진, 기억나지? 북극곰은 본 서식처인 하얀 유빙과 검푸른 바다 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서일까, 절벽의 북극곰이 어색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어.

연희 : 나도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됐어. 멸종 위기에 처한 육식동물이 많다고 하던데 그들을 잘 보호해야 앞으로도 이렇게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을 거야.

민지 : 우리가 사진들을 보고 실제가 아닌 그림 같다는 얘기를 했잖아. 이런 것들이 표현방식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동물에게 삶이란 인간의 복잡한 현실과는 달리 생존이 중심이 되는 일차원적 세계라서가 아닐까. 하지만 결국엔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포식자와 먹잇감이라는 틀은 동물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적용되니까.

강연희, 박진한, 손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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