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이 다수 포함돼 있다. 5월은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달이다. 하지만 올해는 우리 사회를 슬픔과 분노라는 바다에 빠트린 세월호 참사 현실에 놓여 있다. 가장 따뜻해야 할 가정이라는 공간은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이제 한국 사회는 이러한 분위기를 어떻게 애도와 치유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과제를 갖게 됐다.
 최근 텔레비전에서 ‘가족’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미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아빠 어디가>(MBC)를 비롯해서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와 <오! 마이 베이비>(SBS) 등은 스타 연예인과 운동선수 등의 어린 자녀들이 ‘아빠’와 함께 출연하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그 외에도 사위와 장인·장모 등의 어색한 관계의 일상을 보여주는가 하면, 케이블 방송에서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충돌을 각색해 갈등관계를 보여준다. 또한, 청소년 자녀와 부모가 동반 출연해 가족 간의 대화나 세대 갈등의 문제를 갖고 대화를 나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부부 관계를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고, 기껏해야 <붕어빵>(SBS)처럼 부모와 자식이 함께 출연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모든 가족 관계를 토대로 연예인 가족들이 총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흥미로운 사실은 ‘가족’이라는 소재가 실제 가족을 넘어 가상의 가족으로 등장하고 있는 점이다. 시청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4남 1녀>(MBC)는 혈연관계가 아닌 성인 출연자들이 노인이 사는 시골집에 가서 자식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젊은 세대가 떠난 농어촌 지역을 지키는 어르신들의 자식 역할을 통해 잠시나마 집안뿐만 아니라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상 가족 형태로서 더욱 급진적인 것은 최근 방송을 시작한 <룸메이트>(SBS)와 케이블 방송의 <셰어하우스>(올리브)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 가족 개념이 해체되는 현실에서 ‘한 지붕 새 가족’이라는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서로 다른 개성과 성별, 나이를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문제를 통해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가족 형태는 근대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성애를 기반으로 하는 결혼 제도를 통해 자녀를 출산하고 부와 모가 함께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2000년대 전후로 근대적 의미의 가족 개념은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결혼 연령의 지연과 출산율의 저하로 ‘정상’과 ‘보편’의 이름을 가졌던 가족 형태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이혼에 따른 편부·편모 가정과 재혼 가정의 증가 역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오늘날 TV는 현실을 빠르게 반영한다. 규범적인 가족 형태의 분열·붕괴는 가족의 대화와 유대, 사랑을 보여주는가 하면, 정반대의 지점에서 새로운 대안 가족의 형태를 발견하려고 한다. 전자가 소극적이고 퇴보적이라면, 후자는 좁은 의미의 가족을 넘어 좀 더 넓은 의미에서 가족을 새롭게 정의하고 사랑과 환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많은 가족이 고통과 슬픔, 분노 가운데 살아갈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사랑과 환대의 손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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