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경윤 편집장

 

 

 지난해 1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2013 잡지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작년 1년 동안 잡지사의 7.1%가 휴간한 경험이 있으며 그 이유로는 재정악화가 58.2%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또한, 잡지사의 30.1%는 미디어 환경의 적응과 독자 감소로 온라인 발행 전환을 고려 중이다. 이처럼 잡지 산업의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잡지 산업의 위기를 잘 대처해나가며 독자에게 깊이 있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힘쓰는 잡지들이 있다. <Art In Culture>도 이와 같은 잡지 중 하나다. 1999년도에 “Art는 다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등장한 <Art In Culture>는 올해로 창간 15주년을 맞았다. 본교 동문인 호경윤 편집장(큐레이터 04년 졸)을 만나 <Art In Culture>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잡지 <Art In Culture>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Art In Culture>는 미술 전문잡지예요. 미술 분야에서 4-5개의 월간지가 더 있는데, 그중에서도 주요 미술잡지로 손꼽히고 있죠. 1999년도에 창간해 올해로 15주년을 맞게 됐어요.
 
타 미술잡지와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희는 ‘아트 저널리즘’에 비중을 두려고 해요. 또한, 회사가 잡지 사업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어서 ‘아트 저널리즘’을 형성하기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해요. 다른 곳은 도록을 펴내거나 잡지 외의 출판 사업을 벌이는 등 부수적인 활동도 하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미술잡지로 살아남기 위해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미술 현장과 가까운 잡지라고 할 수 있죠.
 또 영어 미술잡지인 <Art In Asia>도 두 달에 한 번 발간하고 있어요. 국외로 미술잡지를 발간하는 잡지는 저희뿐이에요. 국제 네트워크나 해외 미술에 다른 잡지보다 가까이 다가가 있다는 것도 차별화된 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잡지 판형이 정사각형인데 독자들이 이 점을 타 잡지와는 다른 점이라고 꼽아주기도 해요. 내용에 들어가는 이미지가 이미 디자인이 다 된 작품이라 패션잡지처럼 가장자리를 오려 붙이는 식의 장식적인 면도 없고요. 이런 점을 심플하고 세련됐다고 생각해주는 것 같아요.
 
<Art In Culture>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요
 우선 기본적인 것은 잡지의 내용이 어려운 주제여도 독자가 재밌어 할 수 있도록 요리하는 방법을 쌓아가야겠죠.
 개인적으로는 미술잡지로서 할 수 있는 활동이 어디까지 뻗쳐나갈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소리를 이용한 사운드 아트라는 장르가 있는데, 종이매체에서는 아무리 표현하려 한들 표현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사운드 아티스트의 작품을 CD로 만들어 부록으로 내기도 했어요. 이처럼 앞으로도 작품을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게 계속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창간 15주년을 맞이한 만큼, 머물러 있다는 선입견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제가 편집장이 되고 개편을 한 것도 그 이유에서죠. 타 미술잡지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1년 동안의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올해의 키워드’도 만들었어요. 그래서 잡지를 발간할 때마다 이 ‘키워드’가 드러날 수 있도록 했어요. 월간지여도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처럼 미술잡지에서 아무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과거에는 저희가 신생 잡지여서 실험적이고 삐딱하게 보는 전략으로 갔어요. 창간 10주년을 넘긴 지금은 잡지가 안정됐다는 느낌을 주죠. 그로 인해 또 다른 정체성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미술 전문지로서 균형 있고 깊이 있게 한국·세계미술을 바라보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 같아요.
 
편집장님의 얘기로 넘어가서, 본교 큐레이터학과를 진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요
 큐레이터가 되고 싶어서 진학했죠. (웃음) 당시 학부제가 유행해서 미술학부에 회화, 공예, 큐레이터학과가 통합돼 있었는데, 저희 과만 특차 전형이 있었어요. 저는 그 전형으로 입학했어요.
 특차로 들어왔다는 얘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저는 큐레이터학과에 대한 목표가 뚜렷했거든요. 고등학교 1학년 때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알게 돼서 그때부터 진로를 확정 지었죠. 그러다가 3학년 때 동덕여대에 큐레이터학과가 막 생겼다는 걸 알게 됐죠. 무조건 갈 거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학창시절은 어땠나요
 1년 동안 실기수업을 다 함께 들었어요. 그 때문에 학교를 굉장히 재밌게 다녔어요. 조각도 해보고, 벽화와 누드 크로키를 그려보기도 하고요. 학교생활이 즐거우니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했어요. 자랑이지만, 입학할 때부터 장학금을 받기도 했고요. (웃음)
 
잡지 <Art In Culture>와의 인연은 언제부터였나요
 큐레이터학과는 4학년 때 ‘인턴십’이라는 수업이 있어요. 학생이 원하는 기관에 가서 일을 배우면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수업이에요. 98학번 선배가 그 당시 인턴십으로 여기서 일을 하다가 저한테 소개해 준 거죠. 그때 저는 대학교 2학년이었어요. 슬라이드 필름을 정리해 주는 사람을 찾는다고 해서 후배인 제가 가게 됐죠. 또 가끔 단신이나 독자 편지를 쓰는 일도 했는데, 인연이 계속 이어져서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Art In Culture>를 만남으로써 진로가 바뀌었는데, 고민은 없었나요
 사실 제가 준비된 사람은 아니었죠. 이 때문에 중간에 제가 ‘기자’라는 것에 덜컥 겁이 난 적도 있었어요. 기사를 쓸 때는 진중해야 하는데, 워낙 어렸을 때 들어와, 어떻게 보면 가벼운 마음으로 했으니 통제가 안 될 때도 있었고요. 큐레이터에 대한 로망도 있어서 고민하기도 했죠.
 하지만 큐레이터를 하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잡지사에 오래 남았던 이유는 제가 지금 하는 일이 큐레이터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미술잡지 기자를 영어로 하면 에디터라고 해요. 저희는 기사를 직접 쓰는 일보단 편집하고 기획하는 일이 더 많아요. 이 때문에 표현 방식만 종이매체냐 전시장이냐는 차이만 있을 뿐, 현장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은 같다고 느꼈어요. 또 가끔 전시 기획을 하면서 큐레이터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도 하고요.
 
호경윤 씨가 생각하는 ‘편집장’의 역할이란
 편집장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정론을 지키면서도 시대에 부응하는 방식으로요. 앞으로의 편집장은 열린 생각을 가지고, 적재적소에 사람들을 배치해 같이 만들어갈 어떤 무대나 플랫폼을 설정해 놓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호경윤 씨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가 잡지사에 있으면서 ‘미술계가 어떻게 보면 폐쇄적인 곳일 수도 있겠다’라고 느꼈어요. 미술계 안에서도 여러 가지 층이 있는데, 그들 간에 소통이나 교류가 잘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 점을 보고 안타깝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제가 이 일을 계속 할 거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어떠한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싶어요. 미술계 안에서의 세대 갈등을 줄여 소통이 되게 하고, 미술의 여러 장르와 주변 활동을 연계하는 역할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예요.
 
후배인 동덕여대 학우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빨리 알았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바뀔 수도 있겠죠. 그것이 어떻게 바뀌는지 파악하는 것, 언제나 눈과 귀를 열어놓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또 내가 잘못 왔다는 생각이 들어도 주저앉지 마세요. 얼른 승복하고 자신을 다시 파악하는 데 주의를 기울이세요.
 제 최종 목표가 ‘매개체’라고 했잖아요. 전공을 떠나서 중간 역할을 자처하고,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 저의 타고난 천성이 아닐까 생각해요. 제 천성이 나를 세상에 뽐내고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의견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작가나 평론가를 했겠죠? 이처럼 본인이 타고난 기질이 무엇인지 알고, 자신의 길을 함께 찾아보세요.
 
그들은 작품이 최상의 상태로 인쇄될 수 있도록 한 달에 한 번 인쇄감리를 본다       

 

호경윤 편집장이 2008년도에 기획한 출판 기념회 전시                         사진출처_호경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