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평범한 베이지색 숄더백이 페인트칠로 특별해진다. 휴지 심 한 개, 일회용 플라스틱 컵 2개만 있으면 증폭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지만 D.I.Y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D.I.Y는 Do It Yourself의 줄임말로, 자기가 사용할 물건을 직접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리폼은 낡은 물건을 새 것으로 보수하는 것이지만, D.I.Y는 ‘스스로 하는 행위’ 자체를 의미하므로 훨씬 큰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만드는 내 것의 가치

D.I.Y 스타일은 경기 불황이던 2000년대 초, 처음 생겨났다. 당시에는 제품구입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경제적인 이유가 컸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나만의 것’을 갖고자 하는 심리적 욕구에 기인해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신여대에 재학 중인 박윤서(21) 씨는 팔찌나 드림캐쳐 같은 액세서리를 만들어 지인에게 선물하는 것을 즐긴다. 박 씨는 “가게에서 파는 제품 중에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직접 만들게 됐다. 디자인이나 색감 측면에서 훨씬 좋은 결과물이 생겨 좋다. 무엇보다 ‘내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애착이 간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D.I.Y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각자의 개성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남들과 차별화된 고유한 생활양식을 갖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맞아 떨어진다. 덕분에 D.I.Y 스타일은 가구에서부터 의류, 액세서리, 웹사이트 그리고 최근에는 건강과 미용 분야로 그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여드름으로 고생했다는 송난영(국사 11) 씨는 로션, 스킨, 핸드크림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그녀는 “내가 만든 아로마 로션을 쓰면서 피부가 건강해지는 것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D.I.Y의 인기로, 패션계에서는 ‘맞춤옷 입기’ 문화가 부활하는 추세다. 종로구 광장시장에 위치한 한 의류매장은 고객이 원하는 원단과 장식을 활용해 재단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개성을 돋보이기 위해 손수 옷을 만들어 입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경향은 옷감의 재료를 직접 구해 치수 재단부터 제작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했던 전통사회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일까.

 

이색 D.I.Y 상품을 내놓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에 주목받는 ‘나만의 명화 그리기’는 유명 작가의 그림을 직접 완성할 수 있는 상품이다. 판넬에 그어진 선을 따라 물감으로 색칠하기만 하면 된다. 주거 환경의 분위기에 맞게, 선물할 사람의 기호에 맞게 채색을 달리 할 수 있어 화방에서 파는 것보다 실용적이다. 홈플러스 평생교육스쿨은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한 달 동안 카네이션 쿠키 만들기를 비롯해 총 740여 개의 ‘가족을 위한 선물 D.I.Y 강좌’를 운영한다.

 

현명한 D.I.Y는?

짧아지고 있는 유행의 주기를 좇아 매 시즌마다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D.I.Y는 현명한 소비 대안이 될 수 있다. 브랜드 제품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어 부담도 적다. 또한, 아이디어를 얻고 그에 따라 가공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취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측면에서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칠이 벗겨지거나 못쓰게 된 가구를 리폼해서 다시 사용한다는 조재현(중앙대·22) 씨는 “내 취향대로 가구를 연출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이를 위해 붓, 실과 바늘, 장신구, 페인트, 드릴 등 준비해야 할 재료가 많아 번거롭다. 재료값이 만만치 않은데다, 한 번 만들 때 재료를 다 쓰는 게 아니라 남은 재료가 아까울 때가 많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D.I.Y족의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표적인 것이 공방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제작에 필요한 각종 도구를 쉽게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로부터 유용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중고품 가게나, 인테리어 소품을 주로 파는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일상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하면 재료비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다 쓴 코르크 와인 마개 50여 개를 둥글게 모아 그 둘레를 끈으로 단단히 고정해주면 냄비 받침이 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희소성을 추구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희소성이란 나만이 지닌 특별함을 말한다. 이를 위해 세상에 몇 개 없는 한정판 제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자신을 알릴 특색 있는 수식어를 짓기도 한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것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D.I.Y는 이 시대의 현대인에게 적합한 생활양식인지 모른다.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늘 보던 평범한 물건은 평범하지 않은 것이 된다. 거기에 시간과 정성 그리고 즐거움을 담는 동안 돈으로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창출된다. 특별함은 바로 내 손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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