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스토어, 프리마켓, 이너프 살롱

     
 

우리는 ‘시장’하면 흔히 5일장이나 슈퍼마켓 혹은 대형마트를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 공간 개념이 온라인으로까지 확장되고, 예술이나 문화도 서비스의 하나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시장의 형태가 다변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팝업 스토어, 프리마켓, 이너프 살롱이 있다.

지난 20일, 21일 숭실대학교 캠퍼스에는 ‘Active Art’라는 간판이 붙은 컨테이너 박스 하나가 설치됐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는 마우스패드, 엽서, 우산, 에코백 등 장애인 아티스트의 작품이 진열돼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각종 이벤트가 진행됐다. 보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일으키는 이곳은 바로, 강남장애인 복지관 소속 장애인 아티스트들의 자유로운 작품 활동 장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팝업 스토어, Active Art다.

 

팝업 스토어(Pop-up store)란 하루에서 길게는 한두 달 정도로 짧은 기간만 운영하는 상점을 말한다. ‘팝업’이란 명칭은 웹 화면에서 떴다 사라지는 팝업창과 비슷하다고 해서 생겼다. 팝업 스토어의 시작은 2002년, 미국의 대형할인점 타깃(TARGET)이 신규 매장을 설치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임시매장을 연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각종 브랜드 기업에서 이를 차용했고,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살피고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팝업 스토어는 컨테이너 박스 외에도, 가건물이나 다른 매장을 임시로 빌리는 형태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 동아리 인액터스의 권미소(가천대 관광경영․22) 씨는 ‘장소적 유동성’을 팝업 스토어의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녀의 말대로, 팝업 스토어는 어느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장소에서 대중에게 기업의 브랜드 혹은 공익적 캠페인을 홍보할 수 있는 시장이다.

 

팝업 스토어가 어떤 가치를 전파하기 위한 목적을 지녔다면, 프리마켓(Free market)은 ‘소통’에 더 큰 목적이 있다. 지난달 20일, 본교에서 열린 미니섬(Minisum) 프리마켓은 온·오프라인 중고 벼룩시장이다. 이곳에서 팔찌를 구입한 정주희(중어중국 12) 씨는 “현장에서 구매하기 전, 온라인으로 미리 상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어 편리했다. 특히, 홈페이지를 통해 여러 사람과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프리마켓은 기존의 시장 개념에 ‘문화를 공유하는 곳’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더하기도 한다. 신촌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프리마켓 ‘창창’이 열린다. 창창은 ‘신촌 창천 공원에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창창한 미래를 만든다’의 줄임말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행사를 계기로 생겨난 홍대 인근의 프리마켓은 ‘예술시장’으로 통한다. 매주 100여 명의 작가들이 의기투합해 제품을 창작하고 거리에 전시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창작자와 대화를 나눌 기회도 주어진다. 따라서, 그 거리를 지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다. 프리마켓 주변 작은 무대에서는 인디밴드의 음악과 춤, 퍼포먼스가 자유롭게 공연된다. 이렇게 전시, 공연, 판매되는 작품을 통해 시민은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창작자와 소통한다.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이너프 살롱’은 자신만의 가게를 꾸리고 싶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그 제품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매출의 30%를 사용 수수료로 내기만 하면, 한 달에 최대 5일까지 나만의 가게를 열 수 있다. 운영 시간과 방식, 제품의 종류, 공간 배치는 가게를 빌리는 사람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단, 외부인에게 공개해 자신이 만든 제품을 전시하거나, 판매해야 한다. 이 같은 독특한 운영 방식에 대해 이너프 살롱의 대표 김정은 씨는 “현재의 여건으로도 누구나 충분히 가게를 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이 즐기고 있는 것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각자의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가게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너프 살롱의 등장은 시장이 이윤을 창출할 뿐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인 만족을 충족해주는 역할까지 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시장은 단순히 상품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의미와 목적을 지닌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손님이 주인이 되는 개방성이 엿보이는 공간으로,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기회와 소통의 장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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