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2013) 下

  영화는 닉 캐러웨이가 제이 개츠비를 회상하며 시작된다. 개츠비는 닉의 옆집에 살던 부유한 남자로, 그의 집에서는 매일 밤 화려한 파티가 열린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개츠비를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직접 본 적도 없다. 개츠비는 그들 사이에서 그저 소문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이다. 닉은 그런 개츠비를 지켜보는 관찰자 역할을 맡고 있다.

 

주인공에 투영된 피츠제럴드

사실 닉이 관찰하는 사람은 개츠비인 동시에 원작을 쓴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평생을 물질적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달려왔던 개츠비의 삶과 피츠제럴드의 삶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피츠제럴드는 1896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입대해 앨라배마주에서 근무했다. 여기서 그는 부유한 대법원 판사의 딸인 젤다 세이어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가난했던 피츠제럴드는 끝내 경제적인 차이를 이기지 못하고 젤다와 헤어진다. 종전 후 그의 처녀작인 『낙원의 이편』이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는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이뿐 아니라 1925년 『위대한 개츠비』가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피츠제럴드는 부와 명성을 동시에 얻는다. 그리고 마침내 피츠제럴드와 젤다는 결혼한다. 이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데이지와 결혼할 수 없었던 개츠비와 작가 피츠제럴드가 오버랩되는 대표적인 일화다.

젤다와 결혼한 이후 피츠제럴드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에 취해 방탕한 생활에 빠져든다. 그토록 힘들게 쟁취한 부유한 삶을 그는 그리 오래 누리지 못한다. 피츠제럴드 부부는 술과 사교계 생활에 재산을 탕진하고, 젤다는 신경쇠약증에 걸리고 만다. 이에 피츠제럴드는 아내의 치료비를 마련하는 방편으로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 일을 시작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질환자와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인 『밤은 부드러워』를 출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이전만큼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 심지어 시나리오마저도 할리우드에서 홀대 받는다. 피츠제럴드의 이름이 크레디트에 오른 영화는 <세 전우> 딱 한 편뿐이었다. 경제적 궁핍과 알코올중독에 허덕이던 피츠제럴드는 1940년 유작 『최후의 대군』을 집필하던 중 심장마비로 눈을 감는다.

 

▲ 매일 밤 개츠비의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던 1920년대 미국사회를 반영한다

1920년대 재즈시대

피츠제럴드와 개츠비의 시대인 1920년대는 이처럼 화려한 사교계 파티가 유행하고, 연일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경제적 호황기였다.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였다. 전쟁에서 미국은 유럽대륙에 군수물자를 조달하며 산업발전을 이뤘으며, 승전국으로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갖게 됐다. 미국사회는 경제가 성장함과 동시에 문화부흥기를 맞았다. 특히 문단에서는 피츠제럴드를 비롯해 헤밍웨이, 엘리엇, 유진 오닐 등 많은 작가가 활발히 활동했다.

또한,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재즈가 인기를 끌었다. 전쟁 이후 미국의 젊은이는 여전히 그 공포를 채 잊지 못했을 뿐더러 기성세대에게 불신을 품고 있었다. 즉흥연주와 약동적 리듬감인 스윙(Swing)을 특징으로 하는 재즈는 공포와 불신을 표출하는 그들만의 방식이었다. 재즈와 함께 춤을 추고 퍼레이드를 하면서 재즈는 적극적인 자기표현의 도구로 여겨졌다. 그동안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 억눌려 있던 젊은이들은 재즈에 열광했다. 1920년대 미국사회를 ‘재즈시대(Jazz Age)’라고 일컫는 까닭은 이 같은 재즈 열풍 때문이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다양한 방식으로 피츠제럴드와 개츠비가 살았던 시대를 표현한다. 재즈 역시 영화 곳곳에서 1920년대의 풍광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두가 광란에 도취된 밤에는 재즈의 거장 루이 암스트롱을 떠오르게 하는 트럼펫이 연주된다. 또한, 개츠비의 파티에서는 힙합이 가미된 재즈가 흐르며 20세기의 재즈를 21세기의 입맛에 맞게 변주한다. 파티의 절정인 불꽃이 터지는 장면에서는 조지 거슈인의 <랩소디 인 블루>가 흐른다.

<랩소디 인 블루>는 클래식과 재즈를 결합한 곡으로 초연 당시 악보 곳곳은 공백이었다.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기다리시오’라고 적혀 있는 공백 부분은 조지 거슈인의 즉흥 피아노 연주로 채워졌다. 일정한 규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클래식의 특성과 연주자의 개성에 중점을 둔 재즈의 특성이 적절하게 섞인 것이다. 이 곡을 통해서 클래식은 대중에게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었으며, 재즈는 한때 유행하는 가벼운 음악이 아닌 진중한 음악의 한 장르로 인정받게 됐다.

이렇듯 영화는 닉의 시선으로 개츠비라는 인물을 관찰하고, 개츠비에 투영된 피츠제럴드의 삶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재즈시대의 화려함과 자유분방함, 그 이면까지 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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