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는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해가고 미래를 향한 꿈을 키워가야 할 시기면서도, 동시에 감정 기복이 심하고 자존감이 부족해질 수 있는 질풍노도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시기이다.
  불투명한 미래, 입시 위주, 결과 위주의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 가정불화, 가정 폭력과 같은 환경, 다양한 매체의 자극 등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분노와 욕구불만이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다.
  학교 적응, 미래에 대한 기대, 희망에 대한 좌절 정도가 과거보다 심해져 청소년들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한창 가정과 학교에서 보살핌과 가르침을 받아야 할 청소년들이 방치되고 있고,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갈등 조정과 감정 조절 연습을 거치며 사회화하는 과정이 학업과 입시로 인해 현격히 줄어들면서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범죄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 법무부의 청소년 범죄 통계를 살펴보면, 2005년 8만5014명이던 소년 범죄사범은 2009년 13만4155명으로 55.9% 급증했다. 특히 같은 기간 살인·강도·방화 등 흉악범의 급증세는 두드러진다. 2009년 청소년 흉악범은 1844명으로 5년 전 906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최근 9월 21일 새벽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모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 없던 아들은 뒤늦게 집에 들어와 통곡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중학교에 다니는 이모(13)군은 사전에 방화를 계획하고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군이 저지른 방화 사건은 10대 청소년이 저지른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고 충격적이다. 이런 사건을 저지르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오랜 시간 가정과 사회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청소년은 사회의 규범을 내면화하지 못한 채 극단적인 자기중심적 생각을 갖게 된다. 게다가, 청소년 범죄자들이 자신의 범죄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도 없고 잔인해지는 데에는 청소년기의 모방 심리가 강해 폭력성이 짙은 영화나 드라마를 접하고 모방하여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으로 충격적인 청소년 범죄에 대한 사회적 대책은 안일한 것 같다. 잔인한 범죄에 대해 일부에서는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청소년 범죄는 처벌이라는 형사정책이 아닌 심리치료와 재활 등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듯 우리사회는 아직 청소년 범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지금까지 청소년 범죄에 대해 처벌보다는 불기소처분 등 관대한 처분이 내려졌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전과자라는 딱지를 붙이기보다 가정과 학교의 훈육으로 새 출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인 것 같다. 하지만 관대한 처분은 부모나 사회의 훈육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이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 아마도 입시 위주의 교육, 상업적 유해환경 등과 같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결과 우선주의와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팽배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근본적인 청소년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는 자녀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 자녀를 정서적으로 충분히 돌봐주어야 할 것이다. 부모는 부모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청소년들의 정서가 무시되지 않고 부모에게 존중받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부모는 청소년 자녀를 대할 때 감독자가 아닌 격려자가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한 청소년들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학교에서 그들의 감정을 조절하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상담교사, 학교사회복지사를 확충하여야 한다. 그리고 단속과 처벌위주 교육보다 선도·예방을 중심으로 하는 교정(치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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