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방학에 대형 공연장에서 안내원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된 업무는 공연을 보러 온 손님에게 좌석을 안내하고, 공연 중 객석이 소란스럽지 않도록 통제하는 일이었다. 무대 공연을 좋아하는 기자에게 지금껏, 무대 뒤편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미지의 세계와도 같았다. 그토록 갈망하던 무대 뒤에서 공연을 위한 준비를 돕고, 배우들을 마주하고, 많은 사람과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르바이트를 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겪어본 공연 무대 뒤편 상황은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다. 일하는 동안, 그간 모르고 있던 공연계의 현실과 여러 번 마주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를 한 지 한 달이 다 됐을 때, 근로 계약서를 작성할 기회가 생겼다. 근로 계약서에는 “시급 5,300원, 9시간 이상 근무 시 식사비 추가 제공”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을 시작하기 2주 전, 모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시급 6,000원에 식사비까지 추가로 지급된다는 조건을 확인하고 이력서를 제출했던 터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곧바로 매니저에게 항의 전화를 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광고에서 공지한 금액과 실제 임금이 차이가 나는 게 공연계에선 일반적이라는 대답이었다. 그제야 공연시장의 어려움이 피부에 와 닿았다.

 

이 일이 있은 지 며칠 후,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공연 취소 사건이 일어났다. 이를 통해 화려한 공연계 이면에 있던 고질적인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건의 배경에는 전작의 흥행참패와 세월호 사건 등 악재로 인한 재정상의 위축이 있었다. 그 때문에 제작사 비오엠코리아는 심한 재정난을 겪었고, 일부 배우와 오케스트라 단원이 임금을 제때에 받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배우들의 출연거부로 인해 공연진행이 더 이상 어렵게 되자, 비오엠코리아 측은 공연 시작 2분 전 관객에게 공연 취소 사실을 통보했다.

 

언론은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한 제작사 측을 비난하고, 가해자로 몰아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진짜 피해자는 관객뿐만 아니라, 제작사와 배우를 비롯한 공연계 전체라고 봐야 한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지 못한 배우들의 공연 거부는 지극히 당연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에 대한 수요보다 작품 수가 많은 상황에서 제작사간 경쟁구도는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직원에 대한 처우도 악화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작사가 임금 지급을 미루게 된 것 역시 필연적인 결과였다. 그들은 가해자이기 보단, 가열된 경쟁의 희생양에 가깝다.

 

배우에 대한 부당한 처우, 허위 임금 조건 제공, 임금 체불 사이에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있다. 바로 부실한 관리체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부터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의 시스템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바로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통해 시장 활성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직원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게 하고, 배우가 관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길이다. 무대 뒤도 아름답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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