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비정상회담>
19금 토크 <마녀사냥>으로 금요일 밤을 평정한 JTBC가 또 한 번 종편예능의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이번엔 월요일 밤이다. <비정상회담>은 정상(Summit)도 정상(Normal)도 아닌 11개국 청년이 모여 혼전동거, 성공, 대인관계, 결혼 등을 주제로 토론을 펼친다. 매회 자체 갱신되고 있는 시청률은 <힐링캠프>, <안녕하세요> 등 동시간대 지상파 예능과 어깨를 맞대기 직전이다.
우선 G11의 매력이 시청률 견인에 한 몫 한다. 터키인 에네스는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은 절대 할 수 없다”, “진정한 친구는 쓴소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벌써부터 ‘유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에네스 외에도 직장에서 ‘알차장’으로 통한다는 알베르토(이탈리아), 문장의 적재적소에 사자성어를 활용하는 미국인 타일러 등 11명은 현재 자신만의 개성으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은 상태다. 이들의 토론 수준은 한국인 시청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흡입력까지 갖췄다. 장위안(중국)의 “타쿠야(일본)는 좋지만 일본은…”이라는 발언에서 실제 두 나라 정상이 만난 것과 같은 묘한 긴장감도 느껴진다.
이 ‘정상 아닌’ 정상들 간의 최종목표는 ‘정상’ 못지않다. 국제 청년들의 평화와 행복한 미래를 조성하는 것이란다. 특정 주제에 대해 G11이 양보하지 않는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각국의 문화차이는 물론, 한국사회의 병폐나 세계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드러난다. 한국 서열문화를 주제로 한 최근 방송에서는 문화차이가 더 두드러졌다. 반강제적인 회식자리는 줄리안(벨기에)과 로빈(프랑스)에게 이해할 수 없는 문화다. 프랑스는 1주일 35시간으로 노동시간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회사문화를 이해한다는 외국인도 7명이나 됐다. 대부분 이미 한국에서 오래 생활해 한국화(化)된 외국인이다. 자신의 삶과 생각을 공유하며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이 자못 진지하다.
그런데 회가 거듭될수록 본질이 흐려지는 느낌이다. 먼저 3MC와 매회 한국 대표로 나오는 게스트의 역할 구분이 모호하다. 3MC는 사회자로서 패널의 의견을 정리하고 해결방향을 제시하기 보단, 한국 대표의 일원으로서 함께 열을 낸다. 각 국 청년의 고민보다는 “전(현무)유(세윤)성(시경)이에요”라고 외치며 본인의 존재를 알리는 데 급급한 것 같아 보인다. 머리, 꼬리 잘라낸 본론을 기다렸던 시청자는 오프닝 후 20여 분간 근황토크를 강제적으로 견뎌내야 한다.
프로그램의 위기는 회담의 주제보다 각국을 대표하는 ‘G11’의 캐릭터가 두드러지면서 심화됐다. 솔직함과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입담으로 중무장한 그들이 특정한 캐릭터를 부여받은 것은 축하해 줄 일이다. 문제는 여기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소개 영상을 통해 매회 그들의 별명이 언급되거나, 누구나 말할 수 있는 평범한 발언도 예능식으로 희화화하는 자막 등은 회담이 지녀야 할 진지한 고민의 무게를 떨어뜨린다. 지나친 캐릭터 부각은 외국인 스타 발굴 프로그램에 그쳤던 <미수다>처럼 독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주제토론에 대한 분량이 더 두드러질 필요가 있다. 시청자가 <비정상회담>을 보는 진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을테니 말이다.
스타보다 청년! 손민지 기자 nara1226@naver.com
비정상(Subnormal)이어도 괜찮아 정다은 기자 starde121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