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의향이 있다고 한 학우가 대다수였지만, 그렇지 않은 학우도 눈에 띈다.

한국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5-28세 정도예요. 설문 결과처럼 실제로도 가장 많은 여성이 이 시기에 결혼하고 싶어 한답니다. 결혼을 희망하지 않는 대학생이 생겨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 하나는 결혼이 본인에게 가져다 줄 제약을 생각해서예요. 지인에게서 들은 경험담에서 기인한 걸 수도 있지만, 그보단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죠. 과거엔 결혼이 여성에게 안전망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성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결혼을 주저하는 거겠죠.
취직과 직장생활에 결혼이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특히 여성에겐 출산을 하고 나면 일을 관두고 집에서 애를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이 떠넘겨지죠.
 

예물이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결혼식을 허례허식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은데…

최근 집값이 치솟고 있어요. 수도권 15평짜리 아파트는 전세라도 1억이 넘는 게 많죠.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혼식에 친지, 동창 외에도 신랑신부는 모르는 부모님의 지인까지 초대하잖아요. 이 때문에 하객을 대접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지요. 신랑신부 메이크업, 턱시도, 웨딩드레스, 웨딩촬영 등 결혼식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잖아요. 그러다보니 예물을 할 거면 차라리 신혼집에 더 투자하자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평균 결혼식 비용은 미국보다 7배 높아요. 한국에서 결혼식 비용 1,000만 원은 ‘으레 드는’ 평범한 정도지만 외국에선 매우 높은 비용이에요. 미국의 경우 일반적인 중산층은 집 정원에서 결혼식을 해요. 공공기관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반지 교환하는것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고요.

현재 우리 결혼에서 문제점을 꼽는다면

결혼 비용 때문에 신혼부부 50% 이상이 빚을 내고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거요. 사실 결혼식도 그렇고 신혼집을 호화스럽게 꾸밀 필요는 없잖아요. 기억에 남는 결혼식을 위해 한국에선 빚을 지거나 부모의 신세를 지기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외국은 안 그래요. 파리의 전문직 변호사도 결혼할 때 경제사정이 안 좋으면 옥탑방에서 시작한대요. 북부유럽은 아예 결혼을 안 하는 경우도 많아요. 미국에선 결혼 선물을 가스레인지나 믹서 등 간단한 생필품으로 대신하죠. 결혼 음식도 집에서 직접 차리고요. 이렇게 부모의 도움을 받길 꺼려하는 데에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서구적 인식이 영향을 미쳤겠죠. 이들과 달리 우린 ‘남에게 보여주는’ 결혼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여성가족부는 매년 이 같은 결혼의 허례허식을 어떻게 없앨까 고민해요. 결혼은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니까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결혼식을 꾸미면 어떨까 싶어요.
 

결혼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신랑신부가 동시에 입장하는 거예요. 예전엔 신부 입장 때 아버지가 딸을 사위한테 넘겨줬잖아요. 이건 그동안 결혼식에 남아있던 유교적인 풍습이 사라져 간다는 걸 뜻해요. 가부장주의에서 벗어
나 평등한 남녀가 주체가 된 결혼식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어요. 주례 없는 결혼식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볼 수 있어요. 주례에선 보수적인 이야기, 정형적인 성 역할을 많이 언급
했었죠. 최근에는 결혼 당사자들이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약속을 편지로 읽기도 해요.
 

가장 많은 응답자가 결혼 후 2명을 낳고 싶다고 답변했다

지금은 결혼하기 전이니까 그렇죠. (웃음) 한국은 초저출산 국가예요. OECD 국가 중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기도 하고요. 한 명 조금 넘게 낳는 실정이에요. 그래서 육아에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죠. 외국 같은 경우 사치스럽게, 경쟁적으로 키우지는 않는데 우리나라는 ‘내 아이를 최고로 잘 키워야한다’라는 인식이 엄마들 사이에있어요. 결과적으로 아이는 뱃속 태아 때부터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 커갈 수밖에 없어요. 실제 결혼 후에 일과 가사 일을 병행하려면 쉽지가 않을 거예요. 병행이 아주 어려워요. 얼마 전 한국이 ‘OECD 국가 중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에 대한 배려가 가장 적은 나라’라는 통계결과가 나왔더라고요.


인터뷰를 마친 뒤, 손승영 교수는 전체적인 설문 결과가 일반적인 외부 설문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보편적으로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갈수록 결혼에 대한 현실감각이 높아지는데, 이 설문에는 학우들의 결혼관만이 나타나 있어 다소 아쉽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학우들의 결혼관이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손민지 기자 nara1226@naver.com
이신후 기자 sinoo_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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