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심우장(尋牛莊)

▲ 추석 연휴에 방문객이 심우장을 찾아와 만해 선생을 기념하고 있다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가면 북정마을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마을은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다. 한양도성과 길상사, 심우장 등 여러 문화재가 있어 서울시에서 역사문화지구로 지정한 마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북정마을은 성북동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특별한 달동네로 여겨지고 있다.그중에서도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마지막 여생을 보낸 곳이라 많은 방문객이 찾아온다.
 
1933년, 만해 한용운 선생이 지은 이곳은 일제에 저항하며 나라를 생각했던 선생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심우장은 남향을 선호하는 전통 한옥과는 달리 북쪽을 향해 지어졌다. 그 이유는 당시 남향으로 터를 잡으면 조선총독부와 마주 보게 되기 때문이었다. 기자가 직접 방문해 둘러보니 심우장을 소개하는 표지판에 작은 나침반이 놓여있었다. 실제로 나침반의 화살표는 북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심우장은 오후 6시까지 주민에게 개방하고 있어, 내부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내부에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초상화가 걸려 있으며, 그의 약전과 심우장의 내력이 빼곡히 적힌 액자도 있다. 또한, 만해 선생이 살아생전 쓰던 방에는 연구 논문집, 옥중 공판기록, 한시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관람객이 선생에 대해 더욱 알 수 있도록 했다.
 
밖으로 나와 왼편으로 올려다보면 ‘심우장’이라고 쓰인 현판이 보인다. 이 현판은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서예가 오세창이 쓴 것이다. 심우장이란 명칭은 선종의 깨달음에 다다르는 가르침 중 하나인 심우(尋牛), 즉 ‘자기의 본성인 소를 찾는다’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만해 선생이 이곳에서 단순히 부처의 말씀을 읽고 독립운동에 힘쓰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본성 찾기에도 힘썼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0일, 추석 연휴의 끝자락이라 그런지 방문객이 꽤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심우장 툇마루에 앉아있거나, 정원에서 성북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독립에 힘썼던 만해 선생은 이곳에서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44년에 생을 마감했다. 비록 그는 광복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지만, 오늘날 자신의 고택에 드나드는 후손들을 보며 미소 짓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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