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시 - 뭉크> 전시는 한국에서 뭉크의 작품을 대규모로 선보이는 최초의 전시다. 뭉크가 전 생애에 걸쳐 제작한 걸작들을 만나 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절규’ 유화 버전은 잦은 도난으로 인해 해외 반·출입이 금지돼 대신 판화 양식이 한가람미술관을 찾았다.

뭉크의 일생과 작품 특징을 살펴보자면 그는 젊어서 이미 높은 예술적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데, 현재 전해지는 걸작의 대부분은 30대에 그린 작품들이다. 그의 어머니와 누나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아버지는 광기에 가까운 신앙심에 사로잡혔고 그가 스물여섯 살 때 세상을 떠나고 만다. 몇 년 뒤 남동생도 세상을 떠났고, 여동생은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비극을 맞게 된다. 파란만장한 삶이었다. 그는 마흔다섯 살이 되었을 때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건강 회복 후 큰 성공을 거두지만 말년에 시력을 잃으며 8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뭉크는 개인적인 체험이나 감정 표현에 중점을 두었고 그것을 독특한 과장과 왜곡, 개성적인 색채를 통해 그려냈다.

생전에 예술가로서의 성공을 맛본 그지만, 그의 내면은 예술 세계에서의 평온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이번 전시의 백미인 작품 ‘마돈나’에서 이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작품 속 여인은 황홀경을 느끼고 있지만, 그 옆에 태아의 형상을 띠고 있는 것은 불안에 찬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다. 이는 생명과 대조되는 죽음에 대한 불안을 나타낸다. 이는 ‘죽음’과 ‘불안’으로 점철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뭉크의 작품은 멜랑꼴리(우울함)의 정서를 가득 머금고 있다.

우울한 그의 작품 세계와는 달리 실제 뭉크의 마음은 오히려 삶에 대한 집착이 강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죽음과 이별에서 오는 우울함을 그림을 통해 강렬하게 표출했다는 사실은 이렇게나마 감정을 쏟아내 버리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으로 정의해본다.

윤인미(영어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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