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인지, 닷새인지” 올 추석 연휴 기간을 둘러쌌던 혼선이다. 첫 대체 휴일제가 도입됐지만, 법정 공휴일이 아니다 보니 민간 기업의 휴무 일자는 들쑥날쑥이었다. 휴일 가늠자로 여기는 달력도 지난해 11월 이전에 제작된 경우 휴무를 뜻하는 ‘빨간’ 표시가 없다. 그러다 보니 쉬는 건지 마는 건지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한편, 긴 추석 연휴 덕분에 많은 사람이 휴가를 즐길 수 있었다. 추석 바캉스, 이하 ‘추캉스’를 맞아 대부분의 관공서와 학교, 은행은 5일간의 연휴에 들어갔다. 공휴일인 추석 전날 7일이 일요일과 겹치자 평일인 10일을 휴일로 삼았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 상당수도 여기에 맞춰 휴무로 정했다.
하지만 희비가 엇갈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08개 기업을 상대로 추석 연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0%가 10일 ‘근무’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기업의 90%가 ‘휴식’을 택했다. 반면, 중소기업 중앙회가 90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렴한 응답에서는 5일 이상 휴무 기업은 14.1%에 그쳤다. 여러모로 차별받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대체 휴일제 혜택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대체휴일은 관공서들의 휴일에 관한 규정일 뿐 법정 공휴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는 휴일 적용을 민간기업의 자율에 맡겨놓고 있다. 상당수의 대기업은 관공서 휴일을 준용해 ‘10일’ 휴무를 정했다. 일부 기업들은 제도 시행과 무관하게 기존 취업규칙이나 일괄적인 연차 사용 방법 등으로 닷새 연휴에 동참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유급휴가 부담과 만성적인 인력부족, 원청업체 물량납품 등의 이유로 정상근무를 택했다. 어린이집은 쉬는데 맞벌이 부부는 각각 출근해야 하니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2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추석 연휴 기간 중 제주를 찾아 여행을 즐겼지만, 그 10배가 훨씬 넘는 300만 명의 중소 영세 제조업체 근로자들은 10일 출근을 위해 가족과의 달콤한 만남의 시간을 줄여야 했다.
우려했던 대체휴일제의 그늘이다. 제도 도입 당시부터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휴식권 차별 논란은 있었다. 앞서 1959년과 1989년에 각각 도입됐던 공휴일중복제와 다음날 휴무제도 비슷한 이유로 모두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대체 휴일제 적용이 앞으로 추석과 설, 어린이날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라서 사회적 논란은 더 커질 수도 있다.
근로자의 휴식권 보장과 명절 교통 분산, 내수 진작 등의 제도 도입 취지는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 정부가 입법화나 제도보완을 통해 내년부터는 차별 없는 대체 휴일제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여·야 정치권도 이 같은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대체 휴일제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결정하지 말고 아예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라고만 규정되어 있는 현행 근로기준법 제55조를 대체휴일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바꿔 법제화할 경우 휴식권 차별 논란은 불거지지 않을 전망이다.
주5일제 시행 후 10년 만에 찾아온 대체휴일제의 기대효과는 컸다. 단순히 쉬는 것을 넘어 여가생활에 투자하고 소비를 늘려 경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번 추석연휴 하루 평균 400만 대가 고속도로에 몰렸지만 고향길 최대 정체구간의 길이는 작년의 4분의 1로 짧아졌다. 대체 휴일로 연휴가 닷새로 길어지면서 교통량이 나눠진 효과다. 가장 덕을 본 것은 관광 업계다. 휴일동안 증가한 여행과 외식 수요 등 경제효과는 모두 3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대체휴일은 이러한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혼란을 빚었다는 비판 역시 면할 수 없다. 첫술에 모두의 배가 부를 수는 없듯 대체휴일 첫 시행은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긴 채 지나갔다. 공무원과 대기업만을 위한 추캉스가 시고도 떫다는 지적은 그래서 더욱 뼈아프다. 배 고픈건 참아도 배 아픈건 못 참는 것이 한국 사람의 정서 아니던가. 시작이 절반이니 이제 나머지 절반도 함께 아우를 제도 보완을 기대해본다.
권대희 뉴데일리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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