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방송인 김제동 씨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농성 중인 세월호 피해자 가족을 만났다. 기사에 의하면, “마이크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데 쓰여야 한다”라고 입을 연 김 씨는 평소처럼 능수능란하고 재치 있는 입담을 펼쳤다. 덧붙여 그는 발생한 지 네 달이 지난 사건이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수많은 논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세월호 사건에 이토록 집중하는 것일까.
김제동 씨를 비롯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시위에 나선 많은 학생·시민단체 등은 사실상 이 사건과는 무관한 사람들이다. 단지 피해자 가족에 대한 측은함일까. 혹은 이러한 안전사고가 우리에게도 일어날 가능성 때문일까.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온 국민이 그곳에 몰입하는 현상은 세월호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때마다 다수의 사람이 마치 자기 일인 양 발 벗고 나선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언론이 있기에 가능하다. 미디어를 통해 약자가 주목받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언론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다. 사회적 문제를 인식시키고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언론은 단순히 현실을 비추는 ‘창’의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전 국민이 사건의 진실에 관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는 마이크를 쥐고 있지만, 여전히 마이크를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에는 사건이 진정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의 사람이 무대에 나서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본질적 이해가 필요하다.
봉사 활동을 위해 찾은 복지 센터에서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겪는 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처음에 그를 유별나게 산만해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관심을 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담당하는 선생님에게 듣게 된 그의 이야기는 많은 아픔과 사연을 담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의 말은 언론이 국민에게 해야 할 역할과도 같았다. 선생님으로부터 정보를 제시받았기에 아픔을 가진 사람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었다. 나아가 사건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
이처럼 언론의 역할은 국민이 개인적 이념과 무관하게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있다.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국민의 마음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신문협회가 공익 광고를 통해 ‘신문이 가장 큰 학교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는 언론의 역할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큼을 의미한다. 언론을 통해 모두가 마이크를 잡고 소통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강연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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