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 데뷔작으로 올 한해 많은 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장철수 씨
  칸 영화제 초청, 미국 판타스틱 페스트 관객상, 대종상영화제 및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신인감독상 수상. 올 한해 가장 상복이 많았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하 <김복남>)의 장철수 감독. "넌 너무 불친절해"라는 말을 건네며 서글프면서도 통쾌한 복수극을 관객에게 선보인 그를 이번 호 더하고 나누기에서 만나보았다.
  "사실 저도 무서운 영화를 좋아하지 않고 잔인한 영화도 잘 못 봐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러한 장면이 꼭 필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영화가 다소 잔인한 면이 있어요" 올해 유독 많았던 잔혹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그의 영화 <김복남>의 잔혹성에 대해 묻자, 그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김복남>과 같은 ‘센’ 영화를 찍은 영화감독이라기에 카리스마 넘치며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자의 예상과 달리, 그는 수수한 옷차림에 미소가 해맑은 사람이었다.

순탄치 않았던 복남과 철수의 만남

  <김복남>은 원래 하려던 영화가 난관에 부딪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친구에게 건네받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시작한 영화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 그 또한 높은 수위의 장면들을 우려하며 망설였지만, 결국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투자와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 이후 어렵게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어 겨우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들어간 촬영에서 그는 매 장면을 공들여 촬영했다. “김기덕 감독님한테 배운 것 중 ‘스크린에서 절대 관객의 눈을 떼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따르려고 노력했어요. 저도 영화에 몰입했을 때에 받았던 느낌들을 잊을 수 없으니까요. 영화가 지루한 건 죄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촬영이 끝났어도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편집에 대한 투자사와의 의견 차이와 이로 인한 배급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수개월간 몸속에 키운 자식과도 같은 자신의 첫 영화가 빛조차 보지 못할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영화를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생각에 그는 번역가를 직접 고용하여 감독 편집본에 자막을 제작해 넣고 남몰래 칸영화제에 <김복남>을 출품했다. 칸으로부터 초청 소식이 전해지자, 버린 영화라고 생각했던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어요"라는 그의 소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칸 영화제가 갖는 명성보다는 자신의 영화가 빛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다행스러웠다고 했다.
  사실 <김복남>의 탄생만큼 그의 감독 데뷔 역시 쉽지 않았다. 대학 시절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던 그는 처음부터 영화감독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이십대 중반이 되어서야 CF감독을 꿈꾸며 미대에 입학했다. 그때까지 영화감독은 물론 영화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대학에서 소모임 활동으로 여러 단편 영화를 찍으며 영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광고는 예술과는 거리가 멀더라고요. 광고주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제 인생을 걸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또 찍은 영화를 상영하는데 친구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 때 관객인 친구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감정이 좋더라고요"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일본의 한 영화학교에 들어가고자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일본에서 본 영화 한 편으로 인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섬>을 보고난 후 한동안 얼어 있었어요. 그리고 영화를 굳이 일본에서 배울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죠"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을 본 후,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김 감독을 찾아갔다. 그렇게 김기덕 감독 밑에서 조감독으로 <해안선>을 비롯한 세 편의 영화에 참여한 뒤 감독 데뷔를 준비했다.

영화, 여자, 복남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데뷔작 <김복남>을 통해 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이번 영화를 통해서 크게 두 가지를 말하고 싶었어요. 일단 복남이처럼 가족이나 과거, 사랑 등 여러 이유 때문에 한을 풀지 못하고 속에 쌓아둔 채 자기 의지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의 응어리를 대리 배설시켜 한을 풀어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혜원이를 통해서는 주변을 한 번 돌아보게 만들고 싶었어요. 가뜩이나 외롭고 약한 인간이란 존재가 현대에 들어서 더욱 더 외롭게 살고 있는데, 그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주변을 돌아보고 눈길만이 아닌 손길까지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또한 이 영화는 주인공 김복남을 비롯해 캐릭터가 피해자이든, 가해자이든, 방관자이든 모두 여성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여성이란 존재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존경심, 경애를 표현하고자 했어요.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는 과거를 살아냈던 여성들의 희생과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거든요”라고 답하며 수줍게 웃었다. 덧붙여 앞으로도 여성에 대해 계속 알아가고 싶고 그래서 다음 영화의 주제도 여자라고 귀띔해 주었다.
  현재 그는 장편 데뷔작의 성공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번 작품보다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부담스럽지만, 영화라는 게 항상 부담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부담도 즐겨야 해요”라고 답했다. 매번 새로운 걸 창조해야 하는 영화감독으로서 항상 자신 일에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이 또한 즐겨야한다고 했다. 오히려 자기 자신한테 만족하는 순간 무너져 버린다고.
  “일단 사람과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가졌으면 해요.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은 영화를 통해 자신이 사회를 보는 시각을 드러내거든요. 때문에 평소 사람과 그들의 모습을 보고 공감하면서 또 다른 이에게 전달해 주고자 하는 마음 상태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먼저 영화를 찍는 기술이 아닌 사람과 사회에 대한 애정을 키우라는 그는 또 다시 기자의 예상에 빗나간 답을 했다.
  영화 <김복남>은 스크린 가득 복남을 향한 억압과 복남의 핏빛 복수로 채워져 있다. 그 핏빛 복수는 단지 살인과 폭력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복남에게는 위안을, 혜원에게는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타성에 젖지 않고 매번 발전하면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만들어 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감독을 꿈꾼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바람처럼, 또 그가 가진 지금의 마음처럼 끊임없이 성장하며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담은 영화감독 장철수 만의 "철수 WORLD"를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