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출가

김건일 연극 연출가(29)는 세 작품을 동시에 연출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극 연출가는 어떤 직업인가요
  연극 연출가는 희곡 작품의 주제, 성격 등을 분석하고, 연기자와 스태프를 총지휘·감독하는 직업이에요. 작품을 검토하고 제작자와 협의를 통해 배역을 선정하죠. 또한, 연기 지도도 해 연기자가 자신의 배역을 잘 표현해낼 수 있도록 합니다. 연극의 주제에 맞춰 의상, 음향, 특수 효과, 안무 등에 관련된 사항을 결정하며 무대 감독과 협의 끝에 무대를 구성해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문서작업을 해요. 일정을 조정하거나 연습일지를 작성하기도 하고 작품분석표도 만들어요. 오후에는 무대에 올릴 작품 연습을 하죠. 배우와 시간 조정을 해야 해 날마다 다르지만 보통 6시간 정도 걸리죠. 많은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지금은 일이 많아요. 최근엔 작품 분석과 배우 캐스팅 등 기초적인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작품은 어떻게 맡게 되나요
  예전에는 인맥이 중요했어요. 지인을 통해 일을 얻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요즘은 능력으로 일을 맡는 경우가 늘었어요. 프로덕션을 통해서 연출제의를 받기도 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연출은 실험무대로 시작해요. 실험무대란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준비해 짧은 기간 동안 시연하는 거예요. 솔직히 작품을 의뢰받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연극 연출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화가였어요. 그래서 무대미술 작업을 의뢰받아 작업하며 연극을 접할 수 있었죠. 무대미술은 미술감독 마음대로 하는 줄 알았지만, 이것 또한 연출가의 일 중 하나더라고요. 그림으로만 생각을 전하는 화가와 달리 연출가는 모든 매개체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림만으론 작가의 의도가 다 전달이 안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제 목소리를 좀 더 확실히 전할 수 있다는 게 연극 연출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출가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연출가가 되기 위한 전문코스는 사실 존재하지 않아요. 제 주변의 연출가들을 보면 원래 다른 직업을 가졌던 경우가 많아요. 국문학과 출신도 많고 전직 신문기자도 있어요.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리더십이 있다는 거예요. 하나의 극단을 이끌어 가려면 꼭 필요한 자질이죠. 이에 바탕이 되는 건 소통입니다. 조연출의 과정을 겪다 보면 소통의 중요성을 많이 깨달아요. 배우, 스태프와 소통하면 서로 조율도 쉬워지니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연출가의 몫이죠.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작업을 하다 보면 잠을 제대로 자기 힘들어요. 한창 일을 할 땐 첫차를 타고 나와서 막차를 타고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해요. 이때 체력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고생을 많이 하죠. 또 수입이 일정치 않습니다. 일을 한창 많이 할 때는 한 달에 수백만 원씩 벌기도 하지만 일이 없을 때는 3달 동안 한 푼도 못 번 적이 있었어요. 노동량에 비해 수입이 적을 때도 있고요.
연출가를 처음 하는 친구들은 돈을 많이 받고 싶어 하지만 좀 힘들어요. 물질적 보상보다는 보람이나 뿌듯함처럼 정신적 보상으로 만족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일하는 데 도움이 됐던 활동은
  극단에 들어가 말단직부터 일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죠. 청소, 무대설치부터 분장까지 안 해본 게 없었어요. 그러면서 틈틈이 대본을 썼어요. 아무리 일이 늦게 끝나도 한 자라도 더 쓰고 자겠다는 의지가 있었죠. 이걸 연출가에게 보여주고 조언도 듣고 질문을 참 많이 했어요. 끊임없이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몇 년 만에 괜찮다는 평을 듣게 됐죠.
연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로는 관찰을 많이 하려고 해요. 정확한 묘사를 위해 대상을 직접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오징어를 말리는 것을 보고 싶어 동해로 무작정 떠난 적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그 장소에서 사는 사람의 얘기도 들을 수 있었죠. 작품 구상하는 데 도움이 많이 돼요.


연출가를 희망하는 학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삐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이것저것 핑계 대지 말고요. 이 학원을 다닐지 저 학원을 다닐지 재지 말고 차라리 극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든지, 정 방법을 모르겠으면 대학로라도 돌아다니세요. 또한, 요즘에는 무료공연을 참 많이 해요.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연출가는 정기적으로 수입이 있지 않잖아요. 그래서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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