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부터 하반기 공개채용(이하 공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하반기 공채 일정에 맞춰 각종 언론사는 기업을 분석하고, 취업 전략을 보도했다. 어학원, 취업면접 전문 학원 등에 등록하는 취업 준비생(이하 취준생)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공채의 계절’을 맞이해 취준생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 ‘대기업 채용문’은 작년보다 좁아질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8월 25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잠정 취합한 올 하반기 10대 그룹사(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현대중공업·GS·한진·한화)의 신입사원 전체 채용인원은 1만 6,000명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올 8월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1.6%를 기록했다. 청년취업자가 3년 만에 400만 명을 돌파했다지만, 청년 고용은 10년째 40% 안팎에서 머무는 중이다. 지난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청년 고용률(40.4%)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0.9%)보다 10% 포인트 이상 낮다. 현재 OECD 회원국 가운데 청년 고용률이 40%대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에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해 청년 고용률 답보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청년 고용률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로는 △높은 대학진학률 △군(軍) 복무로 20대 초반 취업자 적은 추세 △일자리 정책 효과 장년층에 집중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외면 받는 인문계열

여기에 이번 하반기 공채부터 인문계열을 외면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도 고용률 제자리걸음에 기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 26일 접수를 마감한 삼성그룹 계열사 중 6개는 인문계 출신을 선발하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포스코ICT 등도 지난해엔 인문계 출신을 일부 모집했지만, 올해엔 뽑지 않았다.

또한, 사람인이 기업 29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에서 가장 선호하는 전공은 공학계열(40.2%)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문계열은 3.9%로 가장 낮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에 한 대기업의 인사팀장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공계는 대졸 신입사원 위주로 선발하고, 인문계는 다른 기업에서 검증된 경력사원 중심으로 뽑고 있다”라며,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입사원에게 인문학과 감성을 강조하는 기업이 많아졌지만, 인문계열의 취업 채용문이 낮아지고 있는 현상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에 각 대학은 인문계열 학생들을 위한 지원을 따로 마련하는 등, 인문계 학생의 취업을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 대학은 2013년부터 인문·예체능 학과를 대상으로 ‘학생 창작활동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최근 졸업자와 재학생이 함께 현장에서 일하면서 노하우를 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원이 가능한 사업 유형에는 △500부 이상 초판된 출판·출반 △영상물로 제작·상영된 시나리오, 대본 △단체전 2회 이상의 전시 △2편 이상의 공연이 있다.

기업의 인문계열 기피현상에 대해 박정호(경희대 경영?27) 씨는 “제조업 위주인 우리나라 현실에 미뤄봤을 때 이 같은 현상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인문계생이 할 수 있는 일은 이공계생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의 일자리마저 이공계생으로 대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대기업 쏠림현상

대기업이 하반기 공채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 수 있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결과 대기업 10곳 중 3곳이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규모를 늘리겠다’라고 답한 기업이 15.1%나 됐다. ‘작년과 비슷하다’(52.9%)라고 답한 기업도 있었다. 또한, ‘열린 채용’으로 선발하는 대기업이 점차 많아지며 지원자가 대기업으로 더욱 몰리고 있다. 본래 공기업 중심으로 진행됐던 ‘열린 채용’은 출신 대학과 영어점수 등 자격조건(스펙)에서 벗어나 역량 중심의 자기소개서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만 이 같은 대기업 쏠림현상이 비단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이전부터 취준생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을 선호해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사람인이 신입 구직자 4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은 학력이 높을수록 두드러진다.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구직자는 83.3%가 중소기업에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해외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의 경우 55.6%에 불과했다.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사람도 비슷한 수치인 59.2%가 중소기업에 지원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온단비(독일어 10) 씨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복지도 좋고, 보너스 지급 등 금전적으로도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많은 취준생이 대기업을 우선순위에 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히든챔피언 발굴로 취업시장 넓혀야

직원 복지나 연봉 등 중소기업이 가진 한계점도 있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취준생으로 하여금 대기업을 선호하게 한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자사의 채용정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협소한 자본 및 인력의 문제로 중소기업은 채용정보 사이트는 물론이고 자사 사이트를 운영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취준생은 중소기업 채용 공고와 지원하고자 하는 중소기업 자체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기업 못지않은 탄탄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고 있는 ‘히든챔피언’에 대해 취준생이 정보를 접할 길이 없다. 

히든챔피언이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각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중소기업이다. 독일에는 약 1,600개에 달하는 히든챔피언이 있으며, 이 같은 중소기업이 전체 고용률의 70%를 차지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히든챔피언은 채 10개가 되지 않는다. 대기업 위주의 취업시장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히든챔피언 발굴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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