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1일 제31회 경제관련장관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우리나라 국민건강의 최대 위해 요인으로 지목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흡연율을 낮추고자 ‘금연종합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그 일환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담배 한 갑당 가격을 평균 2,000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비자 물가 인상률이 담뱃값에 반영되도록 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담배 실질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막고, 매년 그 가격을 추가로 인상함으로써 금연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인상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이런 급진적 결정은 흡연율 감소현상이 수년째 정체된 데다, 청소년의 흡연율이 해마다 늘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이뤄지게 됐다. 실제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2004년에 500원이 인상된 이후 10년째 동결 상태로 담배 실질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2009년 발표된 OECD 흡연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34개 회원국 중 담뱃값은 가장 낮은 반면 성인 남성 흡연율은 가장 높은 44%를 기록해 왔다. 이에 따라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사실 정부가 내세운 명분대로라면 가격 인상 정책이 가장 비용효과적인 금연정책이라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가격 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적 수단이라고 권고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의 여러 국가도 가격정책을 통해 흡연율을 낮추는 재미를 톡톡히 봤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지난 2001년과 2005년 두 차례 모두에서 담배가격 인상에 따른 흡연율 감소 효과가 입증됐다. 2001년 담뱃값을 300원 인상한 후에는 61.8%였던 흡연율이 다음 해인 2002년 60.5%까지 떨어졌고, 2003년 56.7%로 낮아졌다. 이후 2004년에 추가로 500원을 올린 후에도 연평균 흡연율이 57.8%에서 52.3%로, 다음 해 44.1%로 감소됐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단순한 금연정책이 아니고 이를 통해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려는 세수인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는 이들의 핵심주장이다. 소비자협회 및 시민단체는 지금까지 거둬들인 담뱃세가 과연 금연정책과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정책에 올바로 사용된 적이 있느냐며 결국 서민의 가계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15일 공개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담뱃값 인상 계획이 부족한 세수를 서민에게 충당시키는 서민증세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담뱃값 인상 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절반이 좀 넘는 인원이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적정 인상 폭과 그 배경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양상을 보여 씁쓸함을 남겼다.
 
이에 편법증세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가로 확보된 세수를 구체적으로 어디에 쓸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고, 그동안 소홀히 다뤘던 비가격정책도 적극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3년 세계보건총회(WHA)가 만장일치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채택했고 우리나라도 비준국으로서 이를 마땅히 이행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담뱃갑 경고 그림 표시, 담배광고 금지 등 비가격정책은 이행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담배 소비량에는 가격정책 외에도 기타 비가격적인 정책이나 흡연에 대한 인식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동안 성인 흡연율 28%, 청소년 흡연율 52% 감소 효과를 보인 뉴욕시는 연방 담뱃세 인상 외에도 모든 사무실, 식당, 쇼핑몰 등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는 금연법(Smoke free air act)을 도입했다. 또한, 충격적인 미디어 캠페인을 강화하는 등 포괄적인 담배통제계획을 구현한 것으로 알려져 모범적인 금연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담배의 중독성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분명 가격 인상만으로는 금연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세수확보와 관련된 온갖 음모론을 차치하고 흡연율 감소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연구역정책이나 흡연자 지원서비스 확대, 담뱃갑 건강경고문 강화, 담배 판매 및 판촉후원의 금지 등 비가격적인 측면의 금연정책 강화전략이 함께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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