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사회에서 로봇이나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해주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것 같다. 스마트폰은 아침 도로 사정에 맞춰 기상 알람을 울린다. 전등이 자동으로 켜지고 커피포트가 모닝커피를 끓인다. 현관문을 나서면 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전력과 가스가 자동 차단된다. 운전도 직접 할 필요가 없다. 하이패스가 장착된 자동차가 운전과 주차를 해주기 때문이다. 퇴근하면 자동으로 집에 불이 켜지고 방은 이미 적정한 온도로 조절돼 있다. 잠이 들면 자동 소등되고 경보시스템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이하 IoT)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나 기계가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인간의 ‘조작’이 개입돼야 했다. 그러나 IoT의 등장은 이를 자동화시켰다. 사물에 센서를 부착하면 인터넷으로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물론 사물끼리 통신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이전 통로와 공통적인 사용언어가 필요하다. 감지 기술, 유·무선 통신 및 네트워크, IoT 서비스 인터페이스 기술 등이 그 예이다. 사진과 정보를 알려주는 ‘구글글래스’, 원격진료와 자동화 무인공장 등 IoT가 지배하는 스마트 도시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IoT는 마케팅이나 판매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CCTV로 전달되는 이동 인구의 실시간 위치 정보는 음식점 사장에게 그날의 식재료 구매량을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단순히 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는 신선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편의성을 확대한다. 또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절약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이 줄고 환경과 에너지의 소비도 감소할 것이다. 2020년이 되면,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 수는 370억 개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가드너 사는 2020년 IoT 관련 산업의 수익이 약 3,000억 달러(3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IoT 산업의 확장이 사회에 편의성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IoT를 가동하기 위해 수집된 개인정보로 인해 사생활침해 등의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미국 다빈치 연구소장인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에는 전 세계 고용의 50%, 약 20억 명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자동운전, 3D 프린터, 로봇의 혁신적인 진화 속도 등을 볼 때 이는 곧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자동운전 기술이 발전하면 택시나 트럭 운전사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교통사고 감소에 따라 경찰, 판사, 의사, 간호사의 일도 함께 감소할 것이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직접 옷, 조형물을 만들어 입게 되면 관련 제조업과 소매유통업의 고용이 줄게 된다. 이로 인해, 1, 2차 산업의 일자리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일본 고베대학교 교수인 마쓰다 타쿠야는 IoT의 도입과 발전 상황을 ‘제3의 실업 파도’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한국 경제도 새로운 혁신의 파도를 거부할 수 없다. 새 정부 이후 IoT는 ‘차세대 육성 산업’으로 선정됐다.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는 IoT를 인터넷 신산업 분야로 보고 중장기 발전계획을 담은 ‘인터넷 신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IoT는 결국 한국경제의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원으로 고려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교육시스템도 단순히 지식만을 주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적 분석력과 창의력을 가진 인적자원들을 양성해 낼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인문학과 산업의 융합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향후 30년 후에 살아남을 직업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터넷과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이며 감정과 창조가 필요한 부문일 것이다. 편의성과 효율성의 상징인 IoT는 이제 시대적 대세이다. 그래도 기계가 해주는 밥보다 어머니의 새벽밥과 따뜻한 숭늉 한 그릇이 가슴에 더 와 닿을 것이니까.

김익성(독일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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